복지부 업무보고에는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이 핵심 과제로 담겨 있다. 일할 사람이 줄면 경제성장은 둔화하는 반면 생계 보조비와 의료비 지출이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정부 재정은 물론 국가경제를 파탄낼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다. ◆ 인구정책, 무엇이 담겼나 출산 장려, 결혼 지원, 이혼 예방이 큰 축이다. 결혼에서 임신, 자녀교육, 주거까지 전방위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출산 장려책으로는 당장 상반기 중에 정관ㆍ난관 복원수술을 건강보험 항목으로 커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인 다자녀 분만급여 본인 부담 완화도 눈에 띈다. 둘째 자녀부터 분만비용중 본인 부담금의 50%를 지원해 주고 셋째 자녀부터는 전액 지원하겠다는 것. 우선 자연분만부터 적용한 후 점차 제왕절개에까지 혜택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 대해 취학 자녀 양육비를 소득공제하거나 주민세 감면, 임대ㆍ국민주택 규모 아파트를 우선 분양하는 혜택도 협의 중이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거비 지원도 눈에 띄는 정책이다. 최근 복지부가 조사한 데 따르면 미혼 남성들은 결혼을 꺼리는 주된 이유로 '돈'을 첫손에 꼽았다. 가장 큰 부담은 전ㆍ월세 같은 주거비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신혼부부들에게 주택자금 대출조건을 완화하거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이 역시 범위를 넓혀 나가기로 했다. 이혼 예방에도 적극 나선다. 국내 이혼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02년 국내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1년간 발생한 총 이혼수)은 1천명당 3.0으로 92년 1.2에 비해 2.5배 높아졌다. 특히 99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 인구ㆍ가정정책과 이원희 과장은 "이혼 가정의 급증은 자녀들로 하여금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관을 갖게 하며 장기적으로 결혼 거부나 출산 거부 같은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저출산ㆍ고령화 실태 2002년 현재 국내 출산율은 1.17. 성인 남녀가 만나 생산하는 자녀 수가 1명을 간신히 넘는다는 뜻이다. 이 출산율이 계속 유지될 경우 국내 인구는 2100년께 1천6백21만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노인 인구는 급증해 고령화 속도가 세계 주요 국가중 가장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19년 14.4%로 높아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0%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할 노년 부양비도 급증한다는 의미다. 2003년 15∼64세의 생산 가능 인구 8.6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했지만 2040년께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 [ 문제는 없나 ] 복지부가 내놓은 정책에는 문제점도 많다. 특히 실효성이나 실현가능성이 낮고 사회적 부작용이 예상된다. 다자녀 가구에 취업ㆍ승진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공공부문이야 그렇다 해도 민간부문에는 사실상 강제할 방법도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군필 남자의 입사시 가산점 제도처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군복무와 등가로 놓는 데는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승진시 혜택도 조기 퇴직이 대세인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가장 큰 관건은 '돈'. 각종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사회보장비 지출이 급증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예컨대 불임시술 건강보험 적용 등 출산 장려책에 빠질 수 없는 과제들이 많지만 수천억원이 소요돼 엄두를 못내는 처지다. 인구정책이 평면적인 출산 장려만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는 점도 골칫거리다. 저출산 문제는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현재 국내 가정에서 자녀 1명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데는 1억1천8백80만원이 든다. 여기에 대학교육 비용, 결혼비용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2억원이 기본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원은 "삶의 질을 담보하는 기본 틀 위에서 정책을 수립하되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