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투표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천수이볜 총통이 유세중 피격당한 사건에 대해 야당측이 `동정표'를 얻으려는 천 총통 진영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후 이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천 총통이 소속한 집권 민진당은 음모론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화에 몰두하고 있으나,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다되가지만 음모론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민당 등 야당의 지지세력 대부분은 이 사건이 조작된 음모로 보고 있으며 반면 민진당 지지자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는 등 천 총통에 대한 호불호에따라 이 사건의 조작 여부에 대한 여론로 팽팽하게 양분된 상황이다. 수사당국은 저격범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탄이 천 총통의 복부를 스치고 뤼슈롄(呂秀蓮) 부총통의 무릎에 맞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러한 설명을 뒤집는 증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경찰은 아직까지 용의자는 커녕 사건 당시 운집해 있던 군중 가운데서 저격 용의자를 봤다는 목격자 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갖 추측과 비정상적인 분석들이 난무하고 있다. TV에서는 각 후보진영이 이 사건의 조작여부를 놓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으며 토크쇼 진행자들은 총알의 탄도와 피가 묻은 속옷을 정밀분석하느라 법석을 떨기도 했다. 음모론의 유포에는 중국도 한몫하고 있는데, 천 총통 피격사건이 중국 관영매체에 보도되기도 전에 중국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 사건을 동정표를 얻기 위한조작극이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피격 후 천 총통의 재킷에 피가 묻은 것이 TV에 방영됐으나 이후 촬영된 사진에서는 붉은 색 얼룩이 보이지 않아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수사 당국은 다른 사진과 대조해본 결과 비디오 화면에 나타난 얼룩은 유세차량에 천 총통을 붙들어맨붉은 끈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격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치메이(奇美)병원으로 간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천 총통의 측근들은 사건 당시 총격이 아니라 폭죽에 의해 부상한 것으로 생각돼 유세차량이 계속 전진했으며 나중에 병원행을 결정했을 당시에는치메이 병원이 오히려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조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조작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배후에 천 총통의 정치적 반대파 또는 중국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흥미로운 음모론 가운데 하나는 도박사들이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인데,이번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놓고 도박사들이 수천만달러의 돈을 걸었다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천 총통은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처부위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자신만큼 이 사건에 관한 해답을 절실히 알기 원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