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아래 주차장에서 내려 왼편에 계곡을 끼고 오르자니 물소리가 봄의 합창같다. 전남 승주군의 조계산 선암사로 오르는 길,아직 나뭇가지들은 앙상하지만 길섶의 쑥이며 사람들의 차림새는 봄이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와 숲,물소리와 봄기운에 젖어들며 속세에서 묻어온 잡념은 하나둘 사라진다. 선암사 최고의 명물인 보물 제400호 승선교는 그러나 볼 수 없다. 해체복원을 위해 공사중이라 가림막을 쳐놓았다. 승선교 아래에서 보는 강선루의 아름다움도 지금은 접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뿐.연못 가운데 동산을 만들어놓은 삼인당을 지나 선암사 경내에 들어서자 도량 전체가 꽃단장을 했다. 동백과 흰 매화,산수유가 한창이고 홍매화와 목련 개나리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옛 목조건물을 원형 그대로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정평이 난 고찰과 꽃의 조화가 절묘하다. 선암사 주지 지허 스님은 "선암사는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도량"이라고 설명해 준다. 매화 산수유 동백 영산홍 자산홍 왕벚꽃 설토화 수국 상사화 차꽃….그뿐이랴.토종 매화를 비롯해 수령이 6백년을 넘는 나무들도 선암사의 명물이다. 종무소 앞에 길게 누운 와송(臥松),영산홍과 자산홍,매화와 차나무가 그 주인공들이다. 칠전선원 뒤편의 넓은 야생차밭은 아직 새 잎을 틔우기 전이다. 절 뒤편으로 조계산을 두시간 남짓 걸어서 넘으면 송광사에 닿지만 절 아래 식당에서 고로쇠 약수를 맛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낙안읍성까지는 차로 20분 거리.차창 밖의 가로수 매화들도 꽃이 한창이다.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서내리 남내리 일대에 걸쳐 있는 낙안읍성은 사적 제302호로 지정돼 있는 민속마을이다. 보호구역의 넓이가 성 안팎 6만7천5백여평에 이른다. 해자를 따라 심어놓은 개나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성벽 안팎의 보리밭은 푸른빛이 제법 짙다. 정문인 동문을 지나 임경업 장군 비각,동헌,객사,낙안읍성 자료관 등을 둘러본 뒤 성벽 담 위에 올라서면 1백여채의 초가 지붕이 올망졸망한 읍성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벽을 한바퀴 돌고 나면 배가 출출하다. 읍성 안 민가에 있는 밥집에서 홍어회에 막걸리 한잔 걸치는 맛은 더 부러울 게 없을 정도다. 순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 여행수첩 ]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857번 지방도로를 타고 7km쯤 달리면 선암사 주차장이 나온다. 기차나 버스로 순천까지 가서 시내버스나 택시로 선암사까지 갈 수도 있다. 버스로는 순천에서 선암사까지 30분 가량 걸린다. 선암사 주차장 옆에는 식당과 여관을 겸한 대규모 건물들이 여럿 들어서있다. 산채비빔밥,토종닭,표고전,메기탕,동동주 등이 기본메뉴.식당 주인들이 친절하며 인심이 넉넉하고 주차장도 넓다. 주암호숫가 1만7천여 평에 조성된 고인돌 공원을 비롯해 주암호와 상사호,서재필 기념공원,송광사,보성차밭 등 주변 관광지를 함께 둘러보면 좋다. 조계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061)754-6341,선암사 매표소(061)754-6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