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자산 거품하의 통화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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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1970년 이후 최근까지 자산 가격의 거품이 붕괴(boom & bust)로 이어진 경험은 주식시장의 경우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이한 점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로 이어진 것은 일본 덴마크 영국과 같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하고 국토 면적이 작은 국가일수록 빈번하게 발생해 비슷한 여건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대부분 OECD 회원국에서는 부동산거품이 붕괴되면 금융위기를 야기시키면서 거시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특히 경기회복이 자산효과(asset effect)에 기인한 측면이 심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부동산거품이 붕괴될 경우 세계 각국 경제가 이중침체 혹은 다중침체에 빠질 우려가 높다.
최근 들어 일부 국가에서 부동산거품 논쟁이 가열되면서 거품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과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의의 핵심은 통화정책이 현행처럼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안정에만 주력해야 하는지,아니면 부동산가격 안정도 함께 도모해야 하는지 여부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과 유리될 수 있는 부동산가격 변동에 선제적 혹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부동산가격의 급등락이 상품 및 서비스가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전체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통화긴축정책의 경우 경제성장 둔화와 고용감축과 같은 막대한 거시경제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거품 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아 선제적 개입시점을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앙은행이 부동산거품의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통화긴축정책을 펴야 부동산거품의 붕괴가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금융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선제적 대응론'이 부상해 주목되고 있다.
물론 통화긴축정책은 경기침체와 실업과 같은 거시경제적 비용을 단기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거품붕괴가 야기할 더 큰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 역시 다른 시장참여자와 마찬가지로 부동산거품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개입시점을 포착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부동산거품 여부에 대한 판단 노력이나 대응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쉽지 않은 문제이나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은 미래의 부동산거품 붕괴를 방지하는 데 따른 '효율'이 통화긴축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압도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특별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여타 정책수단으로도 충분히 부동산거품 형성을 막을 수 있는 경우에는 부동산거품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통화긴축정책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의 불확실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가능성이 확실한 경기침체를 앞당기는 것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부동산가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효용과 비용 간의 상대가치를 평가해 부동산시장 개입 여부와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금리인하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있고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이 점을 유념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