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8일 하이마트 서울 압구정점. 매장 외부에는 '특소세 인하, 팍 깎아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커다랗게 걸렸고 매장 내에도 세금 인하 포스트가 곳곳에 붙었다. 하지만 매장 분위기는 썰렁하다. "주말이지만 매장을 찾는 고객 수는 평일 수준입니다. 덤까지 준다고 해도 안 팔리네요." 임근수 실장은 상품권 사은 행사까지 마련했으나 방문 손님 수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정부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가전제품 상용차 등의 특별소비세를 지난 24일 전격 인하한 후 첫 주말을 맞았으나 기대했던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백화점의 골프클럽만 소폭 판매가 늘어났을 뿐 프로젝션 TV 등 가전제품과 승용차는 판매액에 변화가 거의 없다. 특소세 인하폭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구매의사 결정을 신중히 하는 경향 때문으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 골프클럽만 매기 늘어 하이마트는 특소세가 인하된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매출을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에어컨만 3% 늘었다고 밝혔다. 테크노마트도 특소세 인하 효과를 일반 가전 매장 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프로젝션 TV는 하루 평균 96대에서 98대로 2% 늘었으나 에어컨은 하루 평균 40대에서 36대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테크노마트 내 찬우프라자의 임찬우 사장은 "불황인 데다 가격 인하폭이 소비자들의 기대보다 낮아 매출엔 영향이 거의 없다"며 "얼마나 내렸느냐는 문의전화만 걸려올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상가 하이랜드의 이진만 사장은 "에어컨의 경우 아직 판매철이 아니어서 특소세 인하 덕을 보기는 더 어렵다"며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백화점도 비슷하다. 현대 롯데 등 백화점은 경품행사를 여는 등 주말 들어 판촉전을 펼쳤지만 일부 골프클럽만 판매가 약간 늘었을 뿐 전자제품은 변화가 없었다. 현대백화점 가전담당 김선준 과장은 "특소세 인하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3∼5%가량 할인되는 효과가 발생했지만 그 정도로는 잠긴 지갑을 열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승용차는 신차에만 관심 영업점에 문의가 잇따랐지만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방배영업소 조민균 소장은 "매장을 찾는 고객이 20%가량 증가했지만 곧바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선보인 소형 스포츠레저 차량 투싼이 시판 사흘 만에 6천대 이상 팔렸지만 이는 특소세 효과라기보다는 신차 효과로 봐야 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GM대우도 차값 인하폭과 혜택을 묻는 고객들이 약간 늘었을 뿐 판매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선보인 라세티 해치백에 주문이 몰릴 뿐 다른 차종에 대한 판매 실적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어 특소세 인하 효과로 보기 힘들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자동차업계는 그러나 문의 고객이 늘어 다음달부터는 점차 판매가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기대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에 있는 GM대우 영업점 관계자는 "특소세 인하가 대기 수요자들의 구매를 자극할 경우 점차 승용차 판매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익원ㆍ백광엽ㆍ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