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교역조건이 15년 만에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수출입상품의 가격 변화를 반영한 '순상품 교역조건지수(2000년=100)'는 지난 2002년(95.0)에 비해 6.3%(6포인트) 떨어진 89.0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88년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구매력이 약화돼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실질 GDP 증가율)간 격차가 커졌음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단가는 전년 대비 2.4% 오르는데 그친 반면 수입단가는 원유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9.3%나 올라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수출단가가 소폭 상승에 그친 것은 기업들이 내수 부진에 따라 재고물량을 해외 시장에 적극 내다팔면서 가격 교섭능력이 약화된 데도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것으로 수출상품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량을 가리킨다.


이 지수는 98년 116.7에서 △99년 114.1 △2000년 100.0 △2001년 95.5 △2002년 95.0 등으로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