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책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에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수석 경제부처인 재경부는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하게 풀어나가겠다며 이것저것 손을 대고 있다. 반면 공정위는 "투자활성화는 좋지만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의 틀을 깨서는 안된다"며 기업규제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내에서도 출자와 투자의 개념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취임 후 잇따라 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갖고 '친(親)시장' 정책들을 쏟아내며 공정위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데 대한 규제당국의 반발로 풀이된다. ◆ 공정위 "시장개혁 달라진 것 없다" 정부는 지난 25일 '고용창출형 창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분사(分社) 중소기업에 대한 3년간(현재 2년)의 부당 지원행위 규제 면제 △임직원 분사 등에 대한 출자규제 예외 인정 △10대 신성장산업에 대한 출자규제 예외 인정 방침을 밝혔다. 강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3년간 부당지원 규정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것이 모든 형태의 내부 거래를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모(母)기업과 분사기업 간 거래는 다른 경쟁기업의 기존 거래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는 단서가 있기 때문에 그런 혐의가 있으면 언제든지 조사하겠다는 것. 재경부측이 발표 당일 "분사기업이 경영정상화에 3년은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조사를 면제해 준다는 의미"라고 발표한 것과 다른 얘기다. 강 위원장은 또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원하는 분사 기업은 진정한 계열 분리 기업에 국한된다"며 "계열사 여부의 판정은 공정위가 맡고 있는 만큼 형식 요건(특수관계인 지분 30%)은 물론 이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인 지배 여부를 살펴 분사 기업이 대기업 계열사인지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투자 지원 방안에서 밝힌 것처럼 △현물 출자ㆍ영업 양도를 통한 분사 △물적 분할로 인한 분사 △임직원 분사 회사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출자규제의 예외로 인정하겠지만 여전히 계열분리 요건(지분 30% 미만이고 실질적 지배관계가 없어야 함)을 충족하는지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분사기업 지원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규제한 예가 없는 데도 강 위원장이 그같이 엄격한 감시 방침을 밝힌 것은 공연히 기업들의 투자심리만 위축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 엇박자 내는 두 부처 강 위원장은 또 "출자와 투자가 엄연히 다른 개념인 데도 재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그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출자총액 폐지론을 펴는 재경부 일각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공정위가 발간하는 자료 등을 통해 출자와 투자의 차이점을 널리 알려 '출자규제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데도 투자 촉진을 위해 이 부총리가 취임 후 재계를 만나 다독이는 말을 하고 나면 강 위원장이 꼭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당국으로서 원칙론을 상기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정부 내 엇박자로 볼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