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관리를 위해 할인 판매를 거부해 오던 고가 브랜드들이 잇따라 백화점 봄세일에 참여하고 있다. 계속되는 내수 불황으로 '노(NO)세일'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마저 수정하고 있는 것.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성 정장 빨질레리는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백화점들의 봄세일에 20%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 빨질레리는 명품을 제외한 남성 정장중 거의 유일하게 노세일 정책을 지켜오던 고급 브랜드로 패션가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지오다노, EnC 등도 세일에 동참했다. 지오다노의 경우 바지를 제외한 전 품목이 세일 대상이며 할인율도 30%나 된다. 30만원짜리 고가 청바지로 널리 알려진 디젤과 진캐주얼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폴로진도 봄 정기세일에 참여한다. 이 외에도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손석화, 여성의류 마렐라, 아동복 폴로보이즈 등도 세일에 동참하고 남성 트렌디 정장 빈폴옴므, 골프웨어 아스트라, 스포츠의류 헤드 등은 백화점 카드 고객에게 10%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세일 정책을 채택했다. 해외 명품 중에서도 마리나리날디(10%)와 이블루스(10∼30%)가 세일 참여를 결정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여성의류 담당 박동운 부장은 "내수시장이 워낙 침체돼서인지 세일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고가품들이 봄세일을 며칠 앞두고 참여 의사를 통보해 오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이번 봄 정기세일 참여율은 사상 최고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여행자들이 들여오려다 적발된 고가 제품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자는 모두 1백31만3백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백12만2천9백99명)에 비해 16.7%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반입하려다 세관 등에 적발된 고가 핸드백 등 사치품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향수는 1천3백98병이 적발돼 작년 같은 기간(1만7천7백98병)에 비해 1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고급 위스키가 대부분인 주류도 6만5천3백59병에서 9천73병으로 86.1% 격감했다. 백광엽ㆍ김용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