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州) 의회 선거에서 야당인 좌파가 집권 중도우파를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28일 오후 주 지방의회 선거 2차 투표가 끝난 뒤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당-녹색당-공산당의 좌파연합은 50%,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등 중도우파는 37%,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은 12.5%를 각각 득표할 것으로전망됐다. 지난 21일 실시된 주 의회 선거 1차투표 때의 득표율보다 좌파는 6% 포인트, 우파는 3% 포인트 더 얻었으며 FN은 약 2.5% 포인트를 잃었다. 2차 투표에서 기권율은 34.0-36.6%로 1차 투표 때의 37.9%보다 낮아져 결선 투표 참여에 대한 유권자들의 책임의식을 보여줬다. 이같은 득표 결과 좌파는 본토 22개 주 중 최소한 17개 주, 많게는 20개 주에서제1당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좌파는 최대의 경제권으로 우파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됐던 파리 근교 일-드-프랑스 주에서 46-49%를 득표, 우파의 40-43%를 훨씬 앞섬으로써 이 주에서 제 1당의 지위를 '수성'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선거 결과는 좌파의 압승을 뜻하는 것으로 좌파는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에게 뒤져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던 지난 2002년 대선 패배의 충격을 씻고 강력한 야당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집권 중도 우파는 패배로 나타난 지난 1차 투표 결과를 2차 투표에서 뒤집지 못하고 대패함으로써 집권 전략에 중대한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선거 패배에 따라 경제, 교육, 환경, 보건 등 그동안 국민 불만의 대상이 됐거나 정책 실패의 비판을 받아온 장관들을 교체할 것이라고 정치분석가들은 전망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경질설이 나돌던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정치적 운명에도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07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시라크 대통령의 '3선 가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국 100개 도 의회 중 절반의 의원들을 선출하는 캉통 선거와 함께 실시된 이번 주 의회 선거는 중앙 정치와 직접 연관이 없는 지방 문제를 다루는 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한 것으로 중앙 의회의 여야 세력 분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그러나 2002년 대선 및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규모 선거여서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전개됐다. 유권자들은 특히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추진해온 비인기성 사회 개혁 정책, 지속적인 경제불황, 높은 실업률 등에 대한 불만을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했다. 집권 UMP는 라파랭 총리의 텃밭인 푸아투-샤랑트 주,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전대통령이 출마한 오베르뉴주 등 상징성이 큰 주에서 사회당에 패배했다. 사회당의 제 2인자인 로랑 파비위스 전 경제재무장관은 선거결과에 대해 "매우눈부신 것"이라고 자평했으며 푸아투-샤랑트 주에서 승리한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전장관은 이로써 "(우파적) 시스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UMP 소속의 프랑수아 피용 경제재무장관은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됐던) 2002년4월21일 선거결과의 역전"이라며 "정부와 다수당의 매우 심각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라파랭 총리는 투표가 끝난 뒤 TV에 출연해 선거 패배를 수용한다면서도 경제,사회 개혁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의 행동이 더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변화가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해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