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2일 개봉 '어린신부' .. 16세 꼬맹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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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과 남자대학생의 결혼을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 "어린 신부"(감독 김호준)는 사춘기 소녀들의 결혼에 대한 환상을 옮긴 트렌드영화다.
여고생과 남대생간의 연애를 그린 영화 "내사랑 싸가지"보다 한 걸음 나아가 결혼이야기로 꾸몄고,방송드라마 "낭랑18세"의 주인공 보다 2살 적은 신부를 내세웠다.
'16세 이상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다'는 현행법에 의거해 탄생한 이 영화의 여주인공 보은(문근영)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최연소 신부다.
할아버지의 권유에 의해 결혼한 어린 남녀는 티격태격 다투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욕설과 폭력,엽기적인 애정행각도 없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이 엮는 건강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두 주인공간 갈등의 핵심은 미성년자인 신부의 연령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은은 심리학적으로 어린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자기중심주의(에고센트리즘)'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은 할아버지의 뜻이지 자신의 뜻이 아니기 때문에 아내로서의 책임과 의무도 없다는 식이다.
이성 친구와의 교제를 지속하는 보은을 지켜보는 상민(김래원)은 남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성숙한 존재다.
두 주역의 입장차로 인해 이 영화는 '아내 길들이기' 양식을 취한다.
두 주인공의 결혼을 성사시킨 보은 할아버지는 가부장제를 대변하는 인물이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그는 '꾀병치레'로 결혼을 권하며 손녀의 효심과 동정심에 호소한다.
할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진 세태에서 과거와 현재의 가치가 타협한 것이다.
할아버지 역의 김인문은 무능하지만 가장의 권위를 세우고 싶은 소시민의 기존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
주인공 남녀가 활동하는 주요 공간은 학교로 설정돼 있다.
결혼은 욕망을 실현한 상태이지만 학교는 미성년자의 결혼 사실을 감춰야 하는 '욕망의 제어 내지는 억압' 기관이다.
모순은 위기일발의 상황을 낳고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에피소드간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고 사건 전개도 우연성에 너무 기대고 있다.
아버지가 차를 부수자 아들은 결혼을 발표하고 어린 부부의 신혼여행과 학급 친구들의 수학여행이 동일한 장소로 설정된다.
장면 연출에도 세심함이 부족하다.
항공기내 장면의 경우 소음을 곁들였더라면 관객들이 진짜 항공기내처럼 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4월2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