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hoi@hyosung.com 무심코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이번 출장길에선 특별한 경험을 했다. 비행기 안에서 '한국의 소리'란 제목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모습을 방영하는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 추억 속에나 살아 있는 장면들이 화면 가득히 나오고 있었다. 시골 마을의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다라락,다라락…. 호롱불 아래서 모녀로 보이는 두 여인이 삼베옷을 두드리는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또 소쩍새 우는 소리,계곡의 물소리,시골 아낙네들이 물가에서 조개를 캐면서 부르는 노래소리 등…. 그런데 문득 내가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소리를 직접 듣지 않더라도 영상 이미지만으로도 어려서부터 들어온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이 아닌가. 또 서울로 한글 메일을 보내려는데 영문자판 컴퓨터밖에 없었다. 그러나 손에 익은 한글자판의 느낌을 되살려 문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몸에 밴 기억이 이렇게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경험과 습관 안에서 움직인다. 위에서 언급한 경우는 감각적 습관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지만,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외국 거래처와 수주 상담을 마치고 앞으로의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한 직원은 그 거래처로부터 2개월 이내에 발주가 나오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집중하자는 의견이고,다른 직원은 금년 말에나 가시적 수주가 논의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거래처에 먼저 집중하자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같은 시간에 같은 언어로 회의를 하고도 다른 판단을 하는 이유는 그 직원들의 과거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기적 판단을 하는 직원의 경우는 과거 그가 담당한 거래처가 빨리 구매했기 때문이고,다른 직원의 경우는 반대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의 경험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감각적 이성적 판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하루하루 내리는 내 의사결정이 과거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