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 시기의 물량경영의 관습을 선진기업의 가치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데 미흡했던 우리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대기업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동시에 벤처기업의 창업과 활성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새로운 역동성을 만들고자 했다.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초고속망 구축이 실효를 거두면서 90년대 후반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벤처에 대한 높은 사회적 기대에 힘입은 벤처열풍과 맞물려 2000년까지 벤처의 고속성장이 이루어지게 됐다. 그러나 창업초기 인터넷 기업들의 경이로운 수준의 웹트래픽 및 회원수에 과도한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은 수익모델이 취약한 벤처기업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절하하기 시작했다. 도덕적 해이에 빠져 회계분식, 방만한 투자, 머니게임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벤처기업이 나타나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벤처 회의론'이 대두됐고 벤처기업의 꿈을 실현하는 코스닥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벤처의 침체는 벤처에 대한 기대와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의 실패경험을 지식자산으로 활용해 이제 벤처의 옥석을 가리고 역동성을 지닌 벤처가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을 이끌 주역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벤처의 시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노동력의 투입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는 경영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당면문제 중 하나인 고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벤처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벤처의 활성화는 고용 창출과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경제현안이라는 인식하에서 정부 기업 투자자 및 대학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상호 협력을 통해 성공한 벤처를 벤치마킹하고 실패한 벤처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필히 벤처의 전성시대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자금지원 등 직접적 지원을 삼가고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의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직접적 자금지원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벤처기업의 자생력을 없애게 될 것이다. 이제 벤처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지식이 축적된 창투사 및 투자자들은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적극적 마케팅활동을 재개하기를 기대한다. 부실 벤처에 대한 실망감으로 잠재력을 지닌 수 많은 벤처기업가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은 젊은 학생들과 재교육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기술과 경영을 결합해 벤처를 창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과목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벤처를 창업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제적 능력이 필요하고 대학도 그러한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 미국 카네기멜론 경영대학원이 경영학, 공학 및 미술학을 연계한 자동차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벤처 활성화의 주역은 벤처를 창업하고 경영해 나갈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도전자들이다. 벤처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고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경제 및 벤처의 침체기인 지금이 다시 벤처를 시작할 적시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기업가 및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어떤 벤처기업가들이 성공하고 있는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성공의 첫째 조건은 자신이 좋아하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약간의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가 중에 자신의 핵심분야 이외의 다른 사업에 방만한 투자를 하거나 머니게임에 빠져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실패의 길로 갔다. 오로지 자신의 핵심분야에 집중하고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가들이 성공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기업가들에 의해 침체됐던 벤처가 지식경제시대의 주역으로 다시 화려하게 부상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ighan@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