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최근 '프로도 경제' 덕을 톡톡히 본다고 한다. 프로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촬영지를 찾는 사람들 덕에 지난해 관광수입만 농산물 수출액에 맞먹는 38억달러를 올렸고 촬영기간 중엔 단역배우 출연과 세트장 건설,숙박ㆍ요식업 등으로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것이다. 영화 '실미도'의 경제유발 가치는 3천4백억원,가수 보아가 일본 진출 후 3년간 번 돈은 1천억원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영화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힘은 이처럼 막대하다. 영화의 경우 특히 성공하면 비디오 DVD 음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데다 관광상품 개발로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또 소품을 통한 간접광고(PPL)를 통해 자국의 문화와 상품을 홍보한다. 할리우드 액션물은 은연중 미국 자동차의 튼튼함을 알리고 코카콜라 맥도날드햄버거 리바이스청바지를 선전한다. 미국이 영화를 군수상품과 함께 수출 주력품으로 삼아 지원하고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영화ㆍ연예산업 육성에 힘쏟는 것도 이같은 영향력 때문이다. 영화 한편당 관객 1천만명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지난해 국내 영화ㆍ연예 산업 매출액이 5조원에 육박,신발 등 전통산업 매출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방화라면 아예 외면하던 사람들이 허다했던 점을 생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실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총성없는 세계의 문화전쟁'에서 승리하자면 우리의 영화ㆍ연예산업이 처한 상황을 좀더 정확하게 직시하고 대안을 세워야 한다. 동남아의 한류 열풍을 일으킨 TV드라마가 대만에선 이미 외면당하고 있고,중국도 언제 어떤 규제의 칼을 들이댈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장족의 발전을 했다 해도 할리우드에 비하면 우리 영화의 갈 길은 아직 멀다. 게다가 한번 쇠퇴하기 시작하면 급속히 무너질 수도 있는 게 영화산업이다. 1천만 관객에 열광할 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장르,인간의 보편타당한 심리를 다룬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화건 음반이건 '온라인 주문판매시대'가 다가와 있다는 점에도 적극 대응해야 마땅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