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1등산업으로 키우자] (10) 건설금융 선진화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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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초기자금이 들어가는 건설공사에는 저금리의 금융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돈을 신속하게 쓸 수 있어야만 수익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건설금융의 활성화는 건설산업의 경쟁력과 비례한다.
하지만 국내 건설금융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
금융기관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뤄진 건설금융도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의 민간자본투자와 주택대출에 몰려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나서 건설업계와 금융기관이 상호인정 가능한 신용평가모델과 사업성 평가기준 등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건설금융 시장
건설업체들은 현재 대부분 금리와 상환조건 등에서 불리한 간접금융(금융회사로부터 차입,어음발행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공사의 채산성과 수익성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2002년 조사한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및 이용실태'에 따르면 전체 건설업체의 80%가 간접금융에 의존하고 있으며 회사규모가 작을수록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발행,자산유동화,기업공개를 통한 주식공모나 증자 등 직접금융을 이용한 업체는 8.6%에 불과했다.
또 직접금융으로 조달한 자금은 1조8천억원으로,국내 전체기업의 직접금융 발행실적인 86조8천억원의 2%에 그쳤다.
특히 비제도권 금융인 사채를 이용하는 건설업체도 18.2%에 달해,중소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자금조달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합리한 건설금융 시스템
건설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신용평가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신용평가 전문기관의 기업 신용평가에서 건설업체들은 항상 일반기업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이 타 업종보다 어려운 이유다.
예컨대 H신용정보사가 작성한 지난 2002년 기업신용평가 등급에 따르면 투자등급인 A3이상을 받은 건설업체는 전체의 61.8%에 불과해 국내 전체기업 평균인 67.8%보다 낮았다.
이는 국내 신용평가기관이나 금융회사들이 건설업체의 신용평가 때 건설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반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금융기관과 달리 건설업체의 신용평가에서 공사수행능력,구매 및 조달능력,리스크 부담 및 관리능력 등 건설업계 특유의 기업평가항목을 무시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지금 공사를 수주하면 돈은 나중에 들어오는 '현금의 미래 유입'이 업종 특징이다.
그런데도 '미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다.
일반건설 전문건설 주택전문업체 등의 업종 구분과 업체 규모 차이도 반영되지 않는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더욱 활성화돼야
최근들어 건설금융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건설업체의 현금흐름과 수익과는 별개로 해당 공사의 사업타당성과 수익성만을 근거로 금융기관이 돈을 조달해주는 방식이다.
기업단위로 돈을 빌려주는 기업금융에 비해 자금배분의 효율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또 개별 건설사업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면 해당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이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건설금융 방식으로 정착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건설사업에 대한 분석능력과 위험관리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려면 건설사업의 타당성 및 수익성,현금흐름,분양성,위험성 분석 등 종합적인 관리능력을 가진 전문가집단이 있어야 한다.
◆건설산업 특성 반영하는 체계로 재정비돼야
건설금융을 활성화하려면 △건설업계의 경영관행 및 구조개선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기준 선진화 △정부의 금융지원 제도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건설업계의 경우 투명한 경영과 회계처리,공사입찰의 공정성 확립,생산적 조직구성 등 금융회사가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게 첫번째 임무다.
금융회사는 현행 재무중심의 신용평가 기준을 업체규모별 기준차등화,진행될 공사의 위험성분석,자산구조의 분석,기술 및 시공능력 평가,내부통제 시스템 평가,신규 수주능력 평가 등 건설산업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건설공사 투자비의 위험분산을 위해 적절한 신용보완도 중요하다.
현행 건설업체 신용보완기관으로는 신용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 대한주택보증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이 있지만 활성화 정도는 미흡한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제시한 '기업 부채비율 2백% 유지'도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건설업체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유니에셋 이만호 사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수익성을 높이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자산유동화(ABS)를 도입해보는 등 다양한 선진금융기법을 적극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