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은 급증하고 있다. 수출호조로 기업 외화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원화예금 금리가 워낙 낮아 외화예금에 맡기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기업 등 9개 시중 및 국책은행의 외화예금 잔액(평균잔액 기준)은 지난 26일 현재 총 1백66억9천3백만달러로, 작년 말의 1백45억8천5백만달러보다 21억8백만달러(14.5%) 증가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외화예금 잔액이 작년 12월 61억7천3백만달러에서 올해 1월 62억2천7백만달러, 2월 67억8천만달러, 3월 67억6천5백만달러 등으로 증가추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수출호조로 기업 외화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기업들이 원자재 수입품을 결제할 때까지 외화예금에 그냥 맡겨두려고 한다"면서 "원화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환전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외화예금도 작년 말 17억1천7백만달러에서 이달 26일 현재 21억6천9백만달러로 세 달 사이 4억5천2백만달러(26.3%) 늘었다. 우리은행 자금팀의 김무수 부부장은 "기업들이 외화예금을 새로운 자금운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출대금을 시설 등에 재투자하지 않고 그냥 현금(외화)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작년 말 9억3천4백만달러였던 외화예금이 올해 1월 8억4천9백만달러로 일시 빠졌다가 2월 8억5천3백만달러, 3월 9억5천만달러 등으로 다시 늘고 있다. 기업은행 국제금융부의 문종화 과장은 "원ㆍ달러 환율은 하향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개인들의 경우 이미 상당수 외화예금을 해지했다"면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외화예금은 기업들이 수출대전으로 받은 외화를 재결제성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은 지금 환율이 바닥이라고 판단해 외화를 다시 매입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ㆍ달러 환율은 작년 12월31일 달러당 1천1백92원6전으로 마감했으나 이달 26일 현재 1천1백57원7전으로 34원9전(2.9%) 떨어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