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도요타연수 동행취재] (1)정신무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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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써보세요.
어디에 낭비가 있는지를 보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확히 알아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삼성테크윈 생산관리유닛에 근무하는 김영락 대리는 곤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TPS를 가르치는 일본인 교사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 자리로 되돌아온다.
자신의 과제를 해결(개선)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지혜를 짜내야 한다.
6박7일간의 도요타생산방식(TPS) 연수는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해보자,해보자,해보자,요시(결의를 표현하는 '좋아'라는 의미의 일본말)."
TPS 교육은 구호로 시작한다.
모든 교육생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뭔가를 해보자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친다.
13명의 연수생이 일본 나고야에 도착한 것은 지난 21일 오후 1시.호텔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기 무섭게 3시까지(정확히) 6층 회의실로 모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모럴(정신)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평소에 가졌던 생각을 말끔히 털어내야 교육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을 주관하는 MIC생산성연구소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교육에 참가한 기업은 삼성테크윈 (6명),동가공 업체인 풍산(3명),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한솔루션(4명) 등 이다.
나이도 25세(대한솔루션 김남호 팀장)에서부터 54세(최정애 대한솔루션 환경팀장)까지 다양하다.
한결같이 주위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나고야행 비행기를 탔지만 정신교육을 받는다는 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을 주도하는 한국표준협회 강명상 전문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고 '군기'를 잡는다.
"최소한 일본말로 강사에게 예의를 갖출 정도의 인사는 알아야 합니다.
모두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배우는 일본어가 낯설기만 하다.
"기리츠(起立),레이(禮),오네가이 시마스,착세키(着席),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가마에테…."
짧은 시간에 암기를 강요당하는 교육생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군대에서처럼 리더가 말하면 나머지 교육생은 말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목소리가 작다고 '다시',호흡이 서로 맞지 않아 '다시'가 거듭 반복된다.
다음날 기상시간은 오전 5시50분.한 명의 열외도 없이 호텔 뜰에 모인다.
간단한 체조를 하고 구보에 들어간다.
"하나 둘,하나 둘…"을 복창하며 1.5km를 달리면 어느새 속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홍일점으로 이번 연수에 참가한 대한솔루션 최정애 팀장(54)도 낙오없이 일행을 따른다.
교육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 시간은 7시20분.15분가량 달려 MIC생산성연구소 교육장에 도착했다.
7시40분 이번 교육을 담당하는 다카하시 선생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은 후,8시 정각에 개강식을 갖는다.
이날 개강식에는 MIC생산성연구소 미우라 히데오 이사가 나왔다.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직접 눈으로 보고 한 가지라도 회사에 갖고 가라.현재 일본이나 한국이나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가이젠(改善)'이 중요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라.일본 속담에 '묻는 것은 잠깐 실례지만 묻지 않는 것은 평생 실패를 의미한다'는 말이 있다."
교육생측 단장을 맡은 권오용 기감(삼성테크윈)은 인사말을 통해 "뭐라도 배워 회사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다카하시 선생이 일정 설명과 연수기간 중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은 다 잊을 것"을 주문한다.
도요타를 배울 때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의미를 말한다.
"TPS는 이익을 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도요타 식으로 보면 원가에 이익을 더해 판매가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판매가에서 원가를 빼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 게 옳다. 판매가는 기업이 정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비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 회사는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공정이 많다. 다른 회사는 작업자가 에어툴을 쥐고 볼트를 돌리고 다시 에어툴을 놓을 때까지의 전 과정을 노무비로 본다. 이에 반해 도요타는 '비비빅 하는 순간(에어툴로 볼트 너트를 조이는 순간)'만 노무비로 산정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순간만을 노동의 시간으로 본다는 것이다."
가카미가하라(기후현)=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