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연수' 따라가보니…] (1) '정신무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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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연수는 그 자체가 '도요타식'이었다.
교육 프로그램부터 일정관리까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연수생들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한치의 오차없이 움직여야 한다.
도요타가 '가이젠(改善)'의 요체로 강조하는 '무다(ムダㆍ낭비요소)의 제거'가 교육 프로그램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6박7일간의 연수기간중 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고작 서너 시간뿐.
즐거운 해외 연수를 염두에 두고 비행기에 오른 연수생들의 얼굴에는 어느덧 웃음이 사라지고 만다.
긴장하지 않으면 결코 제대로 따라갈 없는 타이트한 프로그램.
회사가 왜 자신을 도요타 연수에 보냈는지를 깨닫는 데는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 "요시!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요시(결의를 표현하는 '좋아'라는 의미의 일본말)."
TPS 교육은 구호로 시작한다.
모든 교육생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뭔가를 해보자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친다.
13명의 연수생이 일본 나고야공항에 내린 것은 지난 21일 오후 1시.
호텔에 도착해 방 배정을 받기가 무섭게 정확히 3시까지 6층 회의실로 모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모럴(정신)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평소에 가졌던 생각을 말끔히 털어내야 교육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을 주관하는 MIC생산성연구소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교육에 참가한 기업은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6명), 동가공업체인 풍산(3명), 자동차부품업체인 대한솔루션(4명) 등 모두 13명.
나이도 25세(대한솔루션 김남호 팀장)에서부터 54세(최정애 대한솔루션 환경팀장)까지 다양하다.
교육을 주도하는 한국표준협회 강명상 전문위원은 가방도 풀지 못한 채 회의실로 집합한 연수생들에게 목소리를 깔고 '군기'를 잡는다.
"최소한 일본말로 강사에게 예의를 갖출 정도의 인사는 알아야 합니다. 모두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배우는 일본어는 낯설기만 하다.
"기리쓰(起立), 레이(禮), 오네가이 시마스, 자쿠세키(着席),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가마에테…."
짧은 시간에 암기를 강요받은 교육생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목소리가 작다고 '다시', 호흡이 서로 맞지 않아 '다시'가 거듭 반복된다.
◆ 시간관리가 바로 낭비 제거
다음날 기상시간은 오전 5시50분.
한 명의 열외도 없이 호텔 뜰에 모인다.
간단한 체조는 구보로 이어진다.
"하나 둘, 하나 둘…"을 복창하며 1.5km를 달리면 어느새 속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홍일점으로 이번 연수에 참여한 대한솔루션 최정애 팀장(54)도 낙오되지 않고 일행을 따른다.
교육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 시간은 7시20분.
15분가량 달려 MIC생산성연구소 교육장에 도착했다.
7시40분 이번 교육을 담당하는 다카하시 선생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은 후, 8시 정각에 개강식을 갖는다.
이날 개강식에는 MIC생산성연구소 미우라 히데오 이사가 나왔다.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직접 눈으로 보고 한가지라도 회사에 갖고 가라. 현재 일본이나 한국이나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가이젠'이 중요하다. 모르는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라. 일본 속담에 '묻는 것은 잠깐 실례지만 묻지 않는 것은 평생 실패를 의미한다'는 말이 있다."
◆ 생각을 바꾸는게 혁신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자 다카하시 선생은 자세한 일정과 연수기간중 주의사항을 간결히 설명한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다 잊을 것"을 주문한다.
도요타를 배울 때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의미를 말한다.
"TPS는 이익을 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도요타식으로 보면 원가에 이익을 더해 판매가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다. 판매가에서 원가를 빼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게 옳다. 판매가는 기업이 정하는게 아니라 고객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비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 회사는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공정이 많다. 다른 회사는 작업자가 에어툴을 쥐고 볼트를 돌리고 다시 에어툴을 놓을 때까지의 전 과정을 노무비로 본다. 이에 반해 도요타는 '비비빅하는 순간(에어툴로 볼트 너트를 조이는 순간)'만 노무비로 산정한다."
'무다'가 제거된 순간만을 노동의 시간으로 본다는 것이다.
가카미가하라(기후현)=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