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내수 확대가 아니라 경쟁력 강화다..裵洵勳 KAIST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裵洵勳 <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 >
이달의 수출도 성장세를 유지해 무역수지 흑자가 19억달러에 이르리라고 한다.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나 내수는 아직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임시직,그리고 새로 일자리 시장에 들어오는 신규 진입자의 일자리는 오히려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내수가 정체돼 있는 동안 경기 개선은 없을 것이고 실업 문제에도 좋은 소식이 없을 것이다.
첨단 상품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첨단 기계장비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은 호황이지만 그 고용 효과가 미미해 전체적으로 소득이나 취업률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의 경제정책과는 무관하게 시장 경쟁력이 있는 분야만이 성장하면서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내수가 확대돼 재래시장이 번성하고 일반 택시, 서민 음식점 등이 활황이 되는 경기순환의 반전은 언제 올 것인가? 고급 백화점의 사치품 판매상황은 어떠한가? 제조업의 공동화가 깊어지면서 없어진 일자리는 경기만 개선되면 돌아올 것인가? 중국은 2,3년 안에 우리 기술을 쫓아 온다는데 우리 자동차, 선박의 품질에는 획기적인 개선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창의력 있는 기술자의 부족은 외국인 기술자 고용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제조업 없이 금융과 물류 서비스업만으로 우리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가? 제조업에서 수십년 기술을 축적한 우리 고기능 근로자들은 중국으로 이민을 가야하나? 3D 업종에서 부실한 대우를 받는데서 탈피하기 위해 근로자의 권익을 주장해온 노동조합원들은 고임금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기 위해 어떤 재훈련을 받아야 하나?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우리의 IT산업은 아직 우물 안의 개구리이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내수산업이 생존하려면 시장이 커져야 하는데 시장이 세계적으로 통합되는 세계화 시대에는 시장이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돼야 성장할 수 있다.
교토 MK택시의 일본인 승객이 우리 택시를 타주어야 하고 러시아의 보따리장수들이 남대문 의류상가에서 구매하는 옷을 컨테이너로 실어날라야 하고 서민 음식점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특급 호텔들은 사업차 오는 사람들 외에는 비싸서 더 이상 매력적인 곳이 못되고 서민들의 발인 일반택시는 저렴한 요금에도 불구하고 언어 장벽과 서비스 방식이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하다.
품질 좋고 값이 저렴한 의류는 국내 소비자들조차도 믿을 만한 브랜드가 없다.
결국 순환적인 경기에도 불구하고 내수산업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그것도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화와 시장경쟁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도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규모도 어느 정도 커야 하고 내부 경영 역량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이미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 된다.
과거 중소기업을 시장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산업정책은 개방경제 시대에는 맞지 않게 됐다.
기업의 경쟁력은 경쟁을 잘 모르는 정부가 지도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기업의 존망을 걸고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데서 강화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시장을 만드는 정부는 엄격하고 공정한 경쟁규칙이 지켜지도록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실패 기업과 그 종업원들에 대해서는 사회보장 측면에서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긴 하나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해 실패 기업을 구제한다면 모두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셈이 된다.
내수 부진 문제도 그러하고 실업자 문제도 그러하듯이 정부가 온정을 베풀면 문제 해결 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커진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나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가는 시기를 당기고자 하고 비용(국민들의 고통)을 줄이려면 당장에는 힘든 일이지만 시장을 개방하고 혹독한 시장경쟁을 거쳐야 한다.
단기적인 진통제로 해결되기에는 우리 경제가 너무 커지고 발전했다.
이제는 과감히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입해야 할 때이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 soonhoon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