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연수' 따라가보니…] (2) 相生의 경영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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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생산방식(TPS)은 '상생의 경영철학'이다.
동시에 상생의 경영철학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근로자는 편하게 작업할 수 있어 좋고 경영자는 낭비요소 제거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좋다.
MIC생산성연구소 다카하시 다케오 선생은 본격적인 도요타 이론 강의를 시작하면서 '대기 시간'을 예로 들었다.
도요타 시각으로 보면 근로자들이 손을 놓고 있는 '대기 시간'은 그야말로 낭비다.
"경영자는 근로자의 '대기'를 낭비로 봐야 한다.그렇다고 '대기 시간'이 근로자에게 휴식을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다.또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불편한 시간일 따름이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연수생들의 눈빛을 감지한 듯,강사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쉬운 예를 든다.
"부인과 함께 쇼핑을 갔다고 치자.부인은 열심히 물건을 고른다.남편은 카트만 밀고 다닐 뿐 쇼핑에는 관심이 없다.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누가 피곤하겠는가.
쇼핑은 부인이 했는데 남편이 보다 더 피로를 느낄 것이다."
연수생들의 얼굴에 '맞다'는 공감을 표시하는 미소가 돌며 교육장 분위기가 이내 부드러워진다.
13명의 연수생에게 '가이젠(改善)'의 대상인 '무다(ムダ·낭비)'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일깨워줬다고 확신한 다카하시 선생은 발언의 수위를 높인다.
"대부분의 일본 회사는 작업의 5%가 부가가치이고 나머지는 모두 낭비다.도요타와 계열사들도 예외는 아니다.이런 잣대로 보면 한국 기업의 부가가치율은 0.5%를 밑돌 수 있다."
연수생들은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서 나름대로 성실히 근무하는 한국 근로자들을 깔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도대체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개념이 무엇이란 말인가."
풍산 부평공장의 손경일 기사가 따지 듯 질문했다.
"가공시간만이 부가가치가 있는 시간이다.콩을 집어 넣으면 맷돌에서 분말이 나오 듯 모양이 변해야 부가가치가 나오는 것이다."
다카하시 선생은 낭비가 많았다고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낭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개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낭비 없는 도요타생산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도요타 사람들은 생산에 필요한 요소 중 사람·물건(자재)·설비는 돈을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딱 한가지 살 수 없는 게 있다.
그것이 바로 생산방식이다.
도요타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지혜를 짜내 생산 방식을 구축해왔다.
자동화도 마찬가지다.
자동화를 한자로 쓰면 '自動化'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도요타는 '自イ動化'라고 쓴다.
도요타는 그냥 '動'은 낭비로 본다.
그래서 'イ動'자를 쓴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보다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려는 자동화라는 의미다.
도요타의 모체인 도요타방직을 세운 도요타 사키치가 자동직기를 고안한 것도 따지고 보면 '自イ動化'를 꾀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다.
도요타생산방식의 대표적 개념인 '간방'과 'JIT(just-in-time)'와 같은 시스템도 누구라도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시스템이라고 다카하시 선생은 설명한다.
MIC생산성연구소 미즈노 야스미 소장은 "지속적인 개선 작업은 노사간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미즈노 소장의 얘기를 듣자니 세계 최고 수익력을 자랑하는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의 노조가 왜 스스로 2년째 임금을 동결했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도요타는 최근 활발한 세계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유럽과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런 회사 전략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조는 지혜를 모으고 있다는 게 미즈노 소장의 평가다.
도요타 계열사 중에는 제안활동 참가율을 노조가 관리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설명을 듣는 대목에서 연수자들은 입을 닫지 못했다.
가카미가하라(기후현)=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