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프로골퍼들이 올해 미국LPGA투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시즌 개막전인 웰치스챔피언십에서 '톱10' 7명,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에서는 3명,지난주 끝난 시즌 첫 메이저대회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는 1,2위를 비롯 6명이 10위내에 들었다. 현재 투어 참가자 1백40여명중 미국 선수가 절반인 70여명이고 한국이 20명 정도,스웨덴 호주 영국 스코틀랜드 선수가 각각 10여명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나라 선수들이 상위권을 '점령'하는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한국 여자선수들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연습량에서 외국선수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는 점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서문여고 조호 골프감독은 "한국여자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밥 먹고 골프연습만 한다.부모들이 따라다니면서 가르치기 때문에 다른 일은 생각지도 못한다.하지만 외국선수들은 길어봐야 하루 연습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또 주니어 시절부터 공부도 포기하고 골프만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골프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성적 상승의 요인이다. 한국선수들이 한 대회에 20명가량씩 참가하면서 외국선수들이 텃세를 부리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영어도 잘 못하고 동료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하더라도 한국선수들끼리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어 투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LPGA투어측은 이제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까지 고용하면서 한국선수들을 배려키로 해 한국선수의 성적은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회 분위기 차이에서 오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대회를 치르려고 하면 골프장 빌리기도 어렵고 상금도 적으며 갤러리도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은 대회다운 대회를 열면서 거액의 상금까지 챙길 수 있어 선수 입장에서는 꿈의 무대다. 서아람 프로는 "국내 골프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여건이 더 없이 좋은데다 한국선수들이 정신력까지 강해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주니어대회를 지켜본 한 매니저는 "미국의 여자 주니어 선수는 대개 부유층 집안 출신이다.골프를 즐기면서 취미로 하는 수준이다.사교로 골프를 배우지 프로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승부욕이란 측면에선 한국선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풀이다. 현재 미LPGA 2부투어에는 15명의 한국선수들이 1부투어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천명의 주니어 선수들이 미국행을 꿈꾸며 지옥훈련을 감내하고 있다. 미LPGA투어에서 '한류'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