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현실과는 거리가 먼 지표상의 회복.'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월 중 산업활동 동향'을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된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국면 진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인 '6개월 연속 상승'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추세선(자연성장률ㆍ100 기준)을 상향 돌파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1981년 이후 사상 최고치에 육박할 정도로 왕성했다.


그러나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냉랭한 데다 고유가와 원자재난 등 외부 경제 여건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실물경기가 재차 하강하는 '더블딥(double dip)'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실물경기 호황이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 자동차 등 일부 수출 주력 업종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번 경기 상승 추세의 한계로 지적된다.



◆ 실물지표는 상승국면이지만….


산업생산으로 본 실물경기는 잠재성장률(연간 5% 안팎) 수준을 회복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8월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2월 순환변동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것은 (인플레이션 유발 없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추세선을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농가 취업자 수가 늘어났고 산업생산과 제조업가동률 도ㆍ소매판매 수출ㆍ수입 등이 모두 좋아졌기 때문이다.


수출용 제품 출하는 지난해 3분기 11.9%, 4분기 18.5% 늘어난데 이어 올해 1∼2월 중에는 22.7%(전년 동기 대비)로 증가폭이 계속 확대됐다.


수출 주도형 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월 대비 3.1%포인트 증가한 83.5%를 기록하며 87년 10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 업종별 양극화 갈수록 심화


2월 중 전체 산업생산이 16.6% 늘기는 했지만 업종별로는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생산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모스D램 메모리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반도체(65.1% 증가)였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산업생산 증가율은 10%로 뚝 떨어진다.


휴대용 전화기와 TV 셋톱박스 등 영상음향통신 제품의 생산이 지난 2월 중 34.9% 늘어났고 자동차(19.7%)와 스테인리스 강판 등 1차금속(15.1%)의 생산도 급증했다.


반면 고용효과가 보다 큰 가죽 및 신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2% 줄어들었고 의복 및 모피는 8.7%, 인쇄출판은 8.3% 각각 감소해 제조업 양극화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부문에서도 2월 중 민간공사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감소, 2001년 5월(41.9% 감소) 이후 가장 부진했다.


국내 건설공사는 실적 기준으로 지난 2월중 5.4% 늘어났지만 국내 건설수주액(공공부문 포함)은 23.9%나 감소, 향후 건설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 향후 전망 여전히 불투명


실물경기 지표는 '위(上)'를 향하고 있으나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씻기지 않고 있다.


국내 경기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순상품 교역지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악화되고 있다는게 가장 큰 부담이다.


석유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다 최근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어 향후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도 급속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계부문의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기업들도 탄핵정국 이후의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


2000년 이후 산업생산 규모는 지난 2월 기준으로 20.6% 늘어났으나 기계설비를 포함한 전체 생산능력은 1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설비투자가 1∼2월중 0.5% 감소(전년 동기 대비)한 것은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