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브루, OB 투자금 1500억 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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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오비맥주에 6천억원을 투자한 벨기에 인터브루사측이 유상감자(減資) 방식으로 1천5백억원을 회수키로 했다.
인터브루사의 이 같은 투자금 회수는 지난해 말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의 대주주 JP모건이 투자금 5백여억원을 회수한 데 이어 대규모 투자금 회수로 두 번째다.
재계는 이를 두고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 들어온 외국자금들이 5년을 넘기면서 투자금 회수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오비맥주 자본감소 결의=오비맥주는 지난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오는 4월27일을 기준일로 액면가 5천원인 주식을 2천원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자본금을 1천3백45억원에서 5백38억원으로 60% 줄이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보통주와 제1우선주 주주들에게 주당 5천9백31원을,제2종 전환우선주 주주에게 주당 4만7천4백48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제2종 전환우선주는 한 주당 보통주 8주를 받을 수 있는 우선주로 인터브루측이 20만주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번 감자결의로 9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인터브루측이 1천5백여억원을,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두산이 1백억여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채권자 보호를 위해 28일부터 4월27일까지 감자결의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하나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차입금 상환받는 것을 꺼리고 있어 감자결의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전했다.
◆왜 감자하나=오비맥주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감소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창하 부사장은 "오비맥주는 1998년 6천억원의 자본으로 설립됐다"며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여서 자본 규모를 크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차입금을 자본으로 나눈 차입금 비율이 34%로 너무 낮아 타인자본 비율을 적정하게 하기 위해 감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 부사장은 "국내에서는 '감자'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다국적 기업에서는 자주 있는 의사결정"이라며 유동성이 좋아 감자를 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경영 실적=외환위기 당시 적자를 기록했던 오비맥주는 인터브루측이 경영권을 인수한 후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3년간 매년 2백억~3백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거기다가 보수적인 경영으로 감가상각 대손상각 비용을 많이 처리해 현금흐름은 연간 1천억원이 넘는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지만 맥주 시장의 점유율은 43%로 하이트를 추월하지 못하고 여전히 2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1위 맥주 업체인 인터브루가 한국에서는 1위를 차지 하지 못해 한계를 느껴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현금이 빠져 나가는데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