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처결해 나갈 것입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2월11일 취임사에서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 부총리의 '과속'은 최근 발표된 몇몇 대책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경제팀 수장으로 복귀한 지 두 달도 채 안돼 '총선용 선심 정책'이라는 일부의 시비에 아랑곳않고 신용불량자 대책을 전격 발표했고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고용창출형 창업지원 방안 등 굵직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조만간 시중 부동(浮動)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예전 같으면 얽히고설킨 정부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만 꽤나 시간을 보냈을 법한 사안들이지만 그의 일처리는 '일사천리'다. 그는 최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이미 발표된 정책을 뒷받침할)법령들을 4월까지 정비하고 5월에 입법예고한 뒤 6월 임시국회에 상정토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요즘 부총리가 왠지 모르게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99년에 이어 두번째로 경제팀 수장을 맡은 만큼 관록이 붙었다고는 보이지만…." 재경부의 한 간부는 직속 상관의 '과속'을 은근히 걱정했다.다른 간부는 보다 직설적 해석을 들려줬다."앞으로 국정 운영이 어떻게 바뀔지,또 부총리 자신의 거취나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키 어렵죠.지금처럼 정치권 간섭없이 경제를 끌고 갈 수 있는 기회가 드문 만큼 흔들림없는 경제정책 기조를 만들자는 뜻이 담겼을 수도 있고…."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정치 혼란과 어수선한 총선 정국이 이 부총리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기업인들은 '이헌재 경제팀'이 친(親)시장개혁에 속도를 내는데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위태롭고 불안한 게 꼭 태풍전야 같습니다. 지금 이대로 (경제정책 기조가) 간다면야 좋겠지만…."(A기업 구조조정본부 상무) 총선 후 정치 지형도 변화가 부총리 개인은 물론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불확실성'이다.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