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전문가들은 2월중 산업생산 관련 지표가 일제히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선 데 대해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록적인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부문에는 여전히 냉기가 감돌아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지표가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며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동률이 80%대를 웃돌아 예년의 호황 수준에 도달한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간 또는 수출 업종간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체감경기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무는 "산업생산이 급증하긴 했지만 이는 반도체 통신기기 등 일부 정보기술(IT) 업종에 국한된 것"이라며 "기록적인 수출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설비투자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 조짐을 나타내지 않는 등 수출과 내수간 괴리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여전히 잠재성장률(5% 안팎)을 밑돌고 있는 것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도 체감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내수 회복 지연을 첫 손에 꼽았다. 조 팀장은 "도ㆍ소매 판매가 1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지만 전달인 1월과 비교한 계절조정치는 아직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다"며 "소비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고 있지만 회복 속도가 느려 국민들이 경기 회복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설비투자 역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조업일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아직 회복세라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수출 증가가 투자와 고용 증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깨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 "IT산업을 비롯한 수출 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대되고 부품조달 측면에서도 해외 의존도가 높아져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기업들이 노동력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취업유발 효과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 증가가 국민들의 소득 증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도 체감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탄핵정국과 신용불량자 등 정치ㆍ사회적인 요인이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추고 있다"며 "최근 들어 경기 회복 조짐이 미미하게나마 살아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