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이 동네 사람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민주노총 전국빈민연합 등 29개 노동·시민단체가 결성한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발족식에 참석한 회원 40여명이었다. 이들은 발족식에서 빈곤층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 확보,최저생계비 현실화,주거권 확보 등을 소리 높여 촉구했다. 가난 때문에 죽어간 이들을 위한 퍼포먼스와 살풀이굿도 곁들였다. 검은 풍선을 띄우며 '죽지 않을 권리' '살아갈 권리'를 부르짖기도 했다. 한국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부(富)의 상징'인 타워팰리스를 선택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었다. 이혜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거대한 타워팰리스 주변에는 주소지도 없이 라면박스를 지붕 삼아 지내는 철거민들도 살고 있다"며 "오늘의 자리는 빈부차를 극명하게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결코 타워팰리스 주민을 겨냥한 시위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집회를 구경한 한 주민은 "주최측은 가난 문제를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타워팰리스를 '무대'로 선택한 것 같은데 남의 동네에서 '가난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한 굿판'까지 벌이는 것은 너무했다"면서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지는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한 행인은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 같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오늘 굿판은 동경과 질시의 이중 시선을 받고 있는 타워팰리스를 이용한 '선동'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경비실 관계자는 "타워팰리스는 국회도 청와대도 아닌데 왜 이러느냐"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주최측 말대로 한국사회의 빈곤 문제는 위험 수위를 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심각성을 알리는 굿판이 '더 가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일반시민들까지 탐탁잖게 느끼게 한다면 '가난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넓힌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심각한 문제일수록 굿판을 벌이는 사람,구경하는 사람,반발하는 사람으로 나눠져서는 안된다. 모두가 동참해서 고민하고 다같이 어우러져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공감의 장'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김혜수 사회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