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앞뒤가 바뀐 공정위의 펀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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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올 하반기중 1천9백개에 달하는 사모펀드의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투신권 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출자총액한도제한을 어길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공정위의 이같은 조치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시대에 맞지않는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놓고 그 제도를 위반했을 '개연성'만으로 조사한다는 일 자체가 앞뒤가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출자총액규제에 대한 인식은 정부안에서도 이미 달라져 있다.
재경부는 지난주 일자리 확충방안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의 분사(分社)는 더이상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꺾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제도가 국내기업의 손발을 묶어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SK사태나 외국자본의 금융계 잠식 등에서 보듯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까지 주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지금이 어느 때인가.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다 총선 이후의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조차도 "기업들이 일종의 무기력증에 빠져 현금이 있어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이다.
재경부가 추진하는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그런 기업들의 유휴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투자로 연결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같은 정부안에서 사모펀드의 불법·편법행위를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해서야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올해로 공정위가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한지 꼭 10년이 된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경제헌법이라고 하는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도 시대에 걸맞은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됐다.
기업투자나 규제하는 '재벌규제법'의 성격에서 과감히 벗어나 그야말로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경쟁촉진법 본래의 취지를 살리도록 대폭 수정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