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초강세] 日 시장개입 줄여 '슈퍼엔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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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치가 31일 강력한 상승 저지선인 달러당 1백5엔을 뚫고 1백4엔선을 넘어 1백3엔대까지 급등함에 따라 '제2의 슈퍼엔고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얻은 일본 정부가 엔고 억제를 위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재선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달러약세(엔강세)를 유도하기로 했다는 비밀합의설도 나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날의 엔화가치는 지난 2월18일의 연중최저치(1백12.1엔)에 비해 한달여만에 8엔(7.1%)이나 오른 것이다.
이같은 엔고는 일본 경제 부활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실 엔화가 이처럼 급등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일본 경제가 급속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성장률(연율기준)이 6.4%로 미국(4.1%)을 능가하는 등 일본경제는 10년 장기불황의 긴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오랫동안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던 국내소비까지 소생, 일본 경제가 수출호조의 외끌이 성장에서 수출과 내수호전의 쌍끌이 성장세로 진일보하고 있다.
이같이 견실한 경제성장에 자신감을 얻은 일본 정부는 전과는 달리 엔고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제외환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어느 정도의 엔고는 충분히 감내할수 있다는 쪽으로 환율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 같다"며 최근 일본 중앙은행측에서 외환시장개입 중단설을 흘리고 있는게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 1~2월중 엔고를 막기 위해 시장에 대대적으로 개입했지만, 3월들어서는 개입횟수와 규모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3월중 시장개입액은 4백52억달러로 1월의 66% 수준밖에 안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시장개입 축소를 '부시 대통령 밀어주기'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 경제에 유리한 달러하락(엔화상승)을 유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전략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날 엔화가치가 1백3엔선으로 폭등했음에도 불구,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섰다는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엔화가 조만간 1백엔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증권 일본법인의 수석 외환전략가 사사키 도루는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엔고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엔화가 단시일 내에 1백엔이나 90엔대로 치솟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강한 편이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재무상이 이날 "만약 환율에 경제기초여건(펀더멘털)이 반영돼 있지 않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간헐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엔고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