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작년말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발행한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수영 전 사장이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ADR 발행으로 주식가치가 훼손됐다"며 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31일에는 외국계 증권사인 CLSA가 같은 이유로 웹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것이 불을 붙였다. 현 경영진은 이에 대해 "ADR 발행을 통한 나스닥 상장은 웹젠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이 회사의 'ADR 효과'에 대한 논란은 발행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순전히 ADR 발행의 경제적 효과라는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진 데 반해 최근에는 전·현직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양측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웹젠의 ADR 발행규모는 국내 원주기준으로 87만주다. 이 회사 전체 발행주식의 19.9%에 해당한다. 주식수가 늘어난 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트 에반스 CLSA 연구원은 "웹젠은 올해 매출 성장세가 두자릿수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ADR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으로 주당순이익(EPS)은 작년보다 15%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이에 따라 웹젠의 목표주가를 9만4천원으로 제시했다. ING파이낸셜마켓증권도 ADR 발행 등을 둘러싼 전·현직 경영진간 분쟁이 지속되면서 생긴 불확실성이 웹젠의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여파로 이날 웹젠 주가는 1.98% 떨어진 10만8천8백원(액면가 5백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ADR 발행을 통해 1천1백56억원의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여력을 늘렸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왕상 LG투자증권 연구원은 "ADR 발행을 통한 나스닥 상장은 웹젠의 대외 신인도 상승,경영 투명성 제고,대규모 자금유입이란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은 웹젠이 아직까지 ADR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아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현재 웹젠은 주력사업인 온라인 게임 '뮤'의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따라서 향후 웹젠 주가는 ADR 발행으로 조달한 현금으로 어떤 신규사업을 벌일지와 주식가치 희석을 얼마나 만회 또는 능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