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FTA 4월1일 발효] 현대車 830대 칠레 향해 출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1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 부두의 모던 보세장치장.
창고문을 열자 1천개에 가까운 포도 상자로 가득차 있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인 4월1일 통관을 앞두고 있는 칠레산 포도다.
관세가 당장 45%에서 41.4%로 낮아져 FTA의 혜택을 누리는 품목이다.
창고 관계자는 "이 창고에 대기 중인 포도가 20t 정도"라며 "다른 창고의 대기 물량을 모두 합치면 수백t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 전용부두.클릭 베르나 등 8백30대의 자동차가 유코카캐리어 소속 4만5천t급 자동차 운반선 아시안벤처호에 실리고 있다.
1일 칠레의 산안토니항을 향하는 이 배에 실린 자동차는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그동안은 6%의 관세를 물어야 했다.
한ㆍ칠레 FTA 발효에 맞춰 양국 기업들의 시장 공략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FTA 비준 지연으로 시장을 일부 빼앗겼던 전자 및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칠레 4대 휴대전화 회사인 벨사우스 엔텔 등과 협약을 맺고 이들 업체 대리점에서 애니콜 휴대전화에 대한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했다.
또 10대 대형 대리점과 공동으로 '백 투 스쿨'이라는 모니터 판촉행사도 벌이고 있다.
홍성직 삼성전자 칠레법인장은 "지난해 TV DVD 등 영상제품 전품목이 소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며 "FTA 발효로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지 지사를 법인으로 승격시킨데 이어 대형 백화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칠레를 남미시장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판매법인을 신설했다.
최근 3년간 한국차 점유율의 급락을 경험한 자동차 업체들은 실지 회복을 벼르고 있다.
기아차는 당장 올해 판매목표를 당초 8천5백대에서 1만대로 늘려 잡고 대리점별로 무관세 혜택에 대한 전단지를 만들어 대량 배포하고 있다.
또 상반기중 새로 투입될 쎄라토 피칸토 등을 알리는 옥외 광고판도 만드는 등 사전 마케팅에 착수했다.
기아자동차 칠레 지역사무소 윤태현 차장은 "이번 FTA 타결로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올해 시장점유율이 0.5∼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칠레 및 중남미 시장을 각개격파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설명회가 잇따라 개최된다.
KOTRA는 4월27일 이건산업 등 현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기업인들을 초청, '칠레 시장설명회'를 연다.
5월과 6월엔 칠레 및 중남미 지역 바이어들이 포함된 '중남미 구매사절단'을 불러 중소기업들의 중남미 수출을 돕기로 했다.
한편 수입업계에서는 포도주를 중심으로 'FTA 특수(特需)'를 노린 관련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FTA 발효로 와인 수입관세율이 15%에서 12.5%로 줄어듦에 따라 대부분의 와인수입 업체들은 통관 날짜를 관세가 낮아지는 1일 이후로 맞춰 물량을 발주한 상태다.
국내 수입와인에서 칠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2.7%에서 지난해 6.2%, 올 1월에는 18.9%로 높아졌다.
부산=김태현ㆍ강동균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