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실시되는 제17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31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됐으나 예전과 달리 상당수 후보들이 첫날 접수를 하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와 전국 2백43개 관할 시·군·구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총 4백19명의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지역구 의원 후보로는 3백94명이 등록했다. 선관위는 당초 출마예상자 1천2백여명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은 등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밖으로 부진하자 다소 긴장하는 기색이다. 정당별 등록현황을 보면 한나라당 89명,민주당 46명,열린우리당 1백6명,자민련 34명,민주노동당 51명,녹색사민당 7명,국민통합21 3명,무소속 70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은 43명,부산 32명 등에 불과했다. 비례대표는 민노당이 16명,사회당은 1명을 각각 등록했을 뿐 주요 정당은 등록을 미뤘다. 이처럼 후보등록이 저조한 것은 무엇보다 등록기간 중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후보자들이 조기 등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등록과 동시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던 지난 16대 총선에선 총 1천1백79명의 후보 중 80%인 9백52명이 첫날 등록을 마쳤었다. 후보등록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점도 등록 저조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총선부터는 최근 5년간 세금납부 및 체납내역,병역사항 등을 신고해야 할 대상이 후보의 직계 존비속으로 확대되는 등 신고할 내용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선 구비서류가 미비해 접수하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고양 선관위에 가장 먼저 후보등록 서류를 제출했으나 선관위로부터 보완요구를 지적받아 등록을 하루 늦췄다. 일부 후보의 경우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세금체납,병역,전과 등에 관련한 정보를 미리 공개해 상대후보와 여론의 뭇매를 맞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하에 등록을 미뤘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대위원장 간 당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민주당 후보들이 지도부 눈치를 보며 등록을 미루는 경향이 역력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