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은행들이 자체 모기지론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 상품은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보다 담보인정 비율이 낮은 대신 금리와 상환방식의 선택폭이 넓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ㆍ조흥은행이 지난 2월16일 출시한 장기 모기지론은 이날까지 총 7천60억원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출시 초기에는 대출이 부진했으나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이 출시된 지난 3월25일을 전후로 하루에 3백억원 이상씩 나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고 금리변동 주기나 상환방식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한ㆍ조흥은행 모기지론의 금리는 현재 연 5.4%(최저금리 기준) 수준으로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최저 연 6.5%)보다 1.1%포인트 낮다. 한미은행도 4월1일부터 자체 개발한 장기대출 상품인 '굿뱅크장기모기지론'을 취급한다. 만기가 10∼30년인 이 상품도 금리변동 주기와 상환방식을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저금리는 연 5.62%가 적용된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부산은행이 자체 모기지론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의 출시일(3월25일)에 맞춰 내놓은 대구은행의 'DGB장기모기지론'은 1년 변동금리를 적용한 대출 상품이다. 지난 3월17일부터 '부은장기모기지론'을 취급하고 있는 부산은행은 연 5.42%의 낮은 금리를 적용, 지금까지 총 38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 한편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은 △상환 방식이 원리금분할 한가지라는 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하나은행 3백83억원, 국민은행 60억원, 우리은행 30억원 등 총 대출승인액이 5백억원 가량에 머물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신한ㆍ조흥 등 5개 은행이 자체 개발한 모기지론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며 "향후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과의 경쟁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