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의 한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K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자친구 생일인 4월1일 저녁에 친구들을 초청해 생일파티를 열어 주기로 약속했는데 회사에서 마침 이날 부산으로 당일치기 출장명령을 내린 것.


환상적인 파티로 여자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를 계기로 올 봄 결혼까지 골인하겠다는게 K씨의 계획이었다.


실망한 여자친구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행여 여자친구와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K씨의 이같은 고민은 이날 정식 운행에 들어간 고속철도가 말끔히 씻어줬다.


K씨는 오전 7시에 출발하는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을 향했다.


9시40분에 부산에 도착한 그는 해운대 근처 고객사에서 약 5시간에 걸쳐 프리젠테이션 등 업무를 본 후 자갈치시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4시에 서울로 떠나는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고속열차는 오후 6시40분 서울역 플랫폼에 도착했다.


K씨는 여자친구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 이처럼 고속철도 개통은 전국을 반나절권 시대로 묶는 '생활혁명'을 가져왔다.


서울∼대구 1시간39분, 서울∼목포 2시간58분 등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이게 됐다.


특히 충청권인 대전 천안은 서울까지 각각 49분, 34분밖에 걸리지 않아 수도권 외곽의 일산 분당 수원 안산과 서울 접근성이 비슷해졌다.


이에 따라 충청권은 '탈 서울'을 꿈꾸는 고속철도 통근족들의 대거 등장과 함께 고속철도 역세권 주변에 내집 마련 붐이 일어 신주거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레저 혁명도 예고된다.


서울∼대구가 1시간39분, 부산이 2시간40분으로 단축돼 이들 지역에 위치한 관광지 접근이 훨씬 용이해졌다.


짜증나는 교통체증으로 엄두를 못냈던 주말 나들이가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주5일 근무제 확산에 힘입어 멀리 부산까지도 실속있는 기차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 교통혼잡이 줄어들고 물류혁명이 온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경부선의 경우 여객, 화물 수송능력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10년 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여객수송 능력은 3.4배 증가하고 기존 선로는 화물 위주로 운행돼 화물수송 능력이 컨테이너 수송을 기준으로 약 4배 늘어나게 된다.


화물열차 1편성의 운행은 20t 화물자동차 50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로 철도화물 수송분담률이 5% 높아질 경우 국가물류비는 수송비에서 2천7백억원, 교통혼잡 비용에서 6천3백억원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또 하루 2천3백대분의 화물자동차 수송량을 철도로 흡수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경부고속도로 4개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는게 철도청의 설명이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한 교통혼잡 해소, 운행비 절감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8천5백억원(2005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