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고속철 시대] '서울~부산 시승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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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시운전이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역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고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오늘 시운전할 부산행 고속철도는 예정보다 5분 늦게 출발합니다. 죄송합니다."
출발 플랫폼이 변경되면서 시승객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였다.
시승객들은 바뀐 플랫폼으로 이동하느라 우왕좌왕했고 여기저기서 질문도 쏟아졌다.
"15호차가 어디예요?"
"특실이 여긴가요?"
◆ 아침 서울 깍두기, 점심 부산 자갈치 =서울역 주변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기자는 출발 2분 전인 오전 8시58분 가까스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플랫폼 변경으로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졌던 '레일 위의 비행기'는 이내 서울역을 벗어났다.
서울∼광명 구간에서는 고속철도라고 해서 뾰족한 수를 내지는 못했다.
짧은 거리 탓에 '풀 스피드'를 못내기 때문이다.
시흥을 막 벗어나자 고속철은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광명역을 출발해서 최고 속도인 시속 3백km까지 이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분여.
옆을 지나던 최선혜 열차팀장은 "6분5초"라고 정확한 시간을 귀띔했다.
탄력받은 열차는 55분 만에 대전을 찍었다.
기존 열차를 60%가량 감축해 고속철을 정식 운행하는 4월1일부터는 45분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1시간31분 걸리는 새마을호와 비교하면 절반가량이 단축되는 셈이다.
동대구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39분.
그때까지 고속철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동대구부터는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홍휘식 고속철도 여객담당 전무는 "고속철이 완전 개통이 되는 2010년까지 동대구에서 부산역까지는 기존 철도선로를 이용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이 구간 최고 속도는 시속 1백50km로 새마을호보다는 10km 빠르다"고 설명했다.
목적지인 부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46분.
점심으로 자갈치시장의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맛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울림과 떨림은 없었다 =고속철을 직접 타보기 전에 막연한 예상을 갖고 있었다.
"3백km 속도인데 소음은 불가피하겠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속철은 거의 소리없이 움직였다.
구미와 동대구역 사이를 달릴 때 객실 안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한 승객은 다른 많은 승객들로부터 "조용히 얘기해 주세요"라는 면박까지 당했다.
열차 여행하면 으레 떠오르는 떨림도 고속철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다.
'일 치르러' 갈 때 좌석 사이를 휘청휘청 걷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붙들어 맬 수 있었다.
탁자 위에 놔둔 커피도 쏟아질리 만무했다.
의자를 유럽인 체형에 맞춘 것이어서 승차감이 별로일 것이라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으로 판명났다.
다만 엉덩이를 시트에 대고 앞으로 쭉 빼야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생소한 방식에 적응하는게 관건이었다.
◆ 너무 많은 터널, 걸음마 수준의 인터넷 =고속철로 여행하면 터널은 여한없이 맘껏 구경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이후 20개까지 헤아리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다.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서울서 부산까지 거치는 터널은 모두 47개라고 했다.
흠을 잡기 힘들 것 같던 고속철은 터널로 들어가면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했다.
잦은 지방 출장으로 고속철을 자주 이용할 것 같다는 김은성씨(자영업ㆍ40)는 "터널을 통과할 때 소음이 너무 심하고 휴대폰도 자주 끊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승객은 "워낙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보니까 그런지 모르겠지만 터널을 들어갈 때 마치 비행기가 고도를 갑자기 높일 때처럼 귀가 묵직하고 아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천∼영동 구간에 자리잡고 있는 황학터널(9천9백75m)을 지나는 2분 동안 기자는 참기 힘든 심한 진동과 울림으로 인내심을 시험해야 했다.
고속철도측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선을 직선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산이 있는 곳은 대부분 터널구간이 됐다"며 "소음이나 귀가 멍멍해지는 현상은 앞으로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승객들은 "휴대폰으로나 겨우 가능한 인터넷 속도에 실망했다"며 "앞으로 열차 내에서 무선랜이 가능하도록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서울역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고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오늘 시운전할 부산행 고속철도는 예정보다 5분 늦게 출발합니다. 죄송합니다."
출발 플랫폼이 변경되면서 시승객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였다.
시승객들은 바뀐 플랫폼으로 이동하느라 우왕좌왕했고 여기저기서 질문도 쏟아졌다.
"15호차가 어디예요?"
"특실이 여긴가요?"
◆ 아침 서울 깍두기, 점심 부산 자갈치 =서울역 주변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기자는 출발 2분 전인 오전 8시58분 가까스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플랫폼 변경으로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졌던 '레일 위의 비행기'는 이내 서울역을 벗어났다.
서울∼광명 구간에서는 고속철도라고 해서 뾰족한 수를 내지는 못했다.
짧은 거리 탓에 '풀 스피드'를 못내기 때문이다.
시흥을 막 벗어나자 고속철은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광명역을 출발해서 최고 속도인 시속 3백km까지 이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분여.
옆을 지나던 최선혜 열차팀장은 "6분5초"라고 정확한 시간을 귀띔했다.
탄력받은 열차는 55분 만에 대전을 찍었다.
기존 열차를 60%가량 감축해 고속철을 정식 운행하는 4월1일부터는 45분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1시간31분 걸리는 새마을호와 비교하면 절반가량이 단축되는 셈이다.
동대구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39분.
그때까지 고속철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동대구부터는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홍휘식 고속철도 여객담당 전무는 "고속철이 완전 개통이 되는 2010년까지 동대구에서 부산역까지는 기존 철도선로를 이용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이 구간 최고 속도는 시속 1백50km로 새마을호보다는 10km 빠르다"고 설명했다.
목적지인 부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46분.
점심으로 자갈치시장의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맛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울림과 떨림은 없었다 =고속철을 직접 타보기 전에 막연한 예상을 갖고 있었다.
"3백km 속도인데 소음은 불가피하겠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속철은 거의 소리없이 움직였다.
구미와 동대구역 사이를 달릴 때 객실 안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한 승객은 다른 많은 승객들로부터 "조용히 얘기해 주세요"라는 면박까지 당했다.
열차 여행하면 으레 떠오르는 떨림도 고속철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다.
'일 치르러' 갈 때 좌석 사이를 휘청휘청 걷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붙들어 맬 수 있었다.
탁자 위에 놔둔 커피도 쏟아질리 만무했다.
의자를 유럽인 체형에 맞춘 것이어서 승차감이 별로일 것이라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으로 판명났다.
다만 엉덩이를 시트에 대고 앞으로 쭉 빼야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생소한 방식에 적응하는게 관건이었다.
◆ 너무 많은 터널, 걸음마 수준의 인터넷 =고속철로 여행하면 터널은 여한없이 맘껏 구경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이후 20개까지 헤아리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다.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서울서 부산까지 거치는 터널은 모두 47개라고 했다.
흠을 잡기 힘들 것 같던 고속철은 터널로 들어가면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했다.
잦은 지방 출장으로 고속철을 자주 이용할 것 같다는 김은성씨(자영업ㆍ40)는 "터널을 통과할 때 소음이 너무 심하고 휴대폰도 자주 끊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승객은 "워낙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보니까 그런지 모르겠지만 터널을 들어갈 때 마치 비행기가 고도를 갑자기 높일 때처럼 귀가 묵직하고 아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천∼영동 구간에 자리잡고 있는 황학터널(9천9백75m)을 지나는 2분 동안 기자는 참기 힘든 심한 진동과 울림으로 인내심을 시험해야 했다.
고속철도측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선을 직선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산이 있는 곳은 대부분 터널구간이 됐다"며 "소음이나 귀가 멍멍해지는 현상은 앞으로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승객들은 "휴대폰으로나 겨우 가능한 인터넷 속도에 실망했다"며 "앞으로 열차 내에서 무선랜이 가능하도록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