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88m의 유선형 고속열차가 무엇엔가 빨려들 듯 질주한다.


열차의 속도는 초속 83m.


철로변에 줄을 선 전봇대는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고속철의 엄청난 속도만큼이나 우리 국토의 시간적 거리는 가까워졌다.


선인들이 말하던 축지법이 이런 것은 아닐까.


하루면 전국 대도시 어디에서나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관광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막을 연 고속철 시대.고속철 역사가 들어선 도시 주변의 관광지를 찾아가 본다.



▲천안·아산역(서울역 기준 34분 소요)=아산 일대는 스파비스와 1천3백년 역사의 온양온천,동양 4대 유황온천 중의 하나인 도고온천 등이 밀집한 온천휴양지다.


60여 호의 기와집과 초가집이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외암민속마을은 단골 영화촬영 장소.


독립기념관이 있는 천안의 아우내 장터엔 연중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전역(49분)=항공우주연구소 등 각종 연구소들이 자리 잡은 대전엔 엑스포과학공원과 국립중앙과학관,대전시민천문대 등 견학코스가 유명하다.


성씨를 상징하는 조각품을 전시한 뿌리공원은 청소년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다.


대전시는 요일별로 정해진 코스를 운행하는 패키지형 관광버스와 20인 이상 단체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시티투어 버스를 매일 운행한다.


이 버스는 일요일엔 대청댐과 청남대에도 간다.


▲동대구역(1시간39분)=대구 근교는 경치가 수려할 뿐 아니라 가야와 신라,그리고 영남의 선비문화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관광지다.


팔공산 인근의 신숭겸 장군 유적지와 가야시대 고분인 불로동 고분군,팔공산 드라이브 코스 등이 눈길을 끈다.


대구 도심의 약전골목,막창골목,야시골목,먹자골목 등 다양한 테마 골목도 둘러볼 만 하다.


대구시는 토∼일요일엔 경주,합천,안동행 투어버스도 운행한다.


▲부산역(2시간40분)=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중앙에 위치한 '부산아쿠아리움'은 1만여종의 각종 바다생물을 볼수 있는 남부지역 최대의 수족관으로 가볼만하다.


달맞이 언덕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월출'은 대한팔경중 하나로 꼽힌다.


해운대 미포 6거리에서 송정까지 8㎞에 이르는 '달맞이길'은 4월이면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해동용궁사는 기장군 동해안 기암괴석에 자리잡은 사찰로 운치를 간직하고 있으며 해운대 구청앞과 파라다이스 호텔인근에 밀집된 목욕탕과 찜질방은 온천물로 인기가 높다.



▲익산역(1시간38분)=마한의 고도이자 백제 후기의 도읍지인 익산엔 왕궁리 유적과 쌍릉 등 볼거리가 많다.


백제의 찬란한 금속문화 전통을 이어받은 익산은 '보석의 도시'로도 이름났다.


보석과 원석 전시실,화석전시관 등을 갖춘 보석박물관은 여성들에게 인기.


매주 일요일 보석박물관과 백제유적지 등을 둘러보는 7시간 일정의 시티투어 버스가 무료 운행된다.


김제와 논산,부여 등 백제유적지도 가깝다.


전주 한옥마을은 40∼50분이면 갈 수 있다.


▲송정리역(2시간30분)=배의 고장 나주와 월출산으로 유명한 영암은 모두 광주 송정리역에서 버스로 30∼5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배박물관 배연구소 배과수원 등 배에 관한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는 여정과 마한시대의 고분인 반남고분군 여행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부지런히만 움직이면 6∼7시간 걸리는 월출산 종주를 마치고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 후 서울로 돌아올 수도 있다.


왕인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영암도기문화센터 등 들러볼 만한 곳이 많다.


▲광주역(2시간38분)=금남로와 5·18국립묘지,시립박물관,광주국립박물관을 연결하는 시티투어 버스가 운영된다.


대나무가 많은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백암산을 안고 있는 장성,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화순 고인돌공원 등도 고속철 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졌다.


매주 토요일 광주역에서 담양·장성·화순으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가 운행된다.


▲목포역(2시간58분)=호남고속철의 종점인 목포엔 유달산과 '목포의 눈물' 노래비,노적봉,남농기념관,국립해양유물전시관,6월1일 개관하는 자연사박물관 등이 있다.


다도해 유람선을 타고 1시간 동안 목포 앞바다를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여행.


여정을 연장하면 나비축제와 해수찜으로 유명한 함평,모세의 기적으로 이름난 진도와 무안 등지에도 다녀올 수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