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수사는 당초 정치권에서제기된 `거품섞인 의혹' 속에서 검찰의 선행 수사에서 밝혀지지 못한 알맹이를 찾아야 하는 난제를 떠안고 시작됐다. 여러 악조건을 뒤엎지 못하고 3개월 가까이 진행된 수사일정에서 물증확보 실패와 `특검보 돌연사퇴'라는 내홍까지 겪는 등 고전을 거듭해온 특검팀은 이런 저런후문을 남겼다. ▲`아니면 말고식' 의혹에 `하소연' = 출범 초기 "뱀이 무서워 풀밭에 못 들어가겠나"라며 의욕을 불태우던 특검팀은 검증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불어나자 수사진의 `기구한 상황'에 대해 토로하기 시작했다. 양승천 특검보는 "이번 수사는 검찰이라는 `저인망 어선'이 훑고 지나간 뒤 대양에 흩어진 남은 물고기를 찾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또 최도술씨의 300억 수수의혹에 이어 `1천300억원 CD은닉설'을 들고 나온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내가 홍 의원 덕분에 특검보가 됐지만 이렇게 (폭로성 발언을 해) 수사상 골탕을 먹일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이원호씨 현금 50억 정치권 제공설' 등으로 진땀을 뺐던이준범 특검보도 "`홈런'치는 것만 볼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내는 것도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가비리 확보 보다는 의혹 해소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던 수사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후 "양길승씨 사건은 실체없는 `상상임신'인 것 같다.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해 수사력을 소진하는 분들에게 별도의 `조치'를 취하고 싶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김진흥 특검 역시 수사결과를 며칠 앞두고 "금을 파려고 해도 있어야 찾을 것아니냐"고 토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을 제기한 정치권을 겨냥해 간접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 물증 은닉에 허탕..내홍까지 = 특검팀은 그간 비리물증 확보에 무엇보다 주력했지만 번번이 사건 당사자의 노련한 은닉술로 `허탕'을 치고 말았다. 사건 관련자의 자택 및 사무실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던 특검팀은 아파트 관리비 출납용 통장마저 숨겨놓는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난관은 특검팀이 수사 막바지까지 계속됐다. 특검팀은 최씨가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받아 은행 대여금고 등에 은닉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나섰지만 정작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대여금고는 텅 빈 상태였다. 최씨가 은행의 보호예수 제도를 이용해 은닉했다는 수억원대 CD도 증발해 버려특검팀은 분루를 삼켰다. 소환자들의 꽉 닫힌 입도 특검팀으로선 분통터졌던 일. 최씨 비리의혹과 관련해최씨의 부인 추모씨 등 관련자들은 때로 목에 깁스를 하고 특검에 출두, 건강을 문제로 함구하는 일이 있었고 "모든 건 병상에 있는 이영로씨가 알고 있다"는 진술로일관, 수사진의 힘을 빼 놓았다. 최씨에게 돈을 건넨 의혹을 받던 S기업측도 회계자료를 보고 추궁하던 수사진에게 "처벌하려면 하라. 돈은 우리가 다 썼다"는 식으로 완강히 버텼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동생도 수사진의 의심을 샀던 2천만원의 출처에 대해 "금융사고를 우려해 15년간 모은 돈을 참숯을 넣은 상자에 보관했다"는 기이한 해명을 해 특검팀을당혹케 했고 수사 초기부터 주시해 온 이영로씨의 건강상태도 끝까지 호전되지 않았다. 이우승 특검보의 사퇴 파문 역시 특검팀에게 큰 상처가 됐다. 이 특검보의 돌연사퇴는 특검 출범이후 `최대의 뉴스'라는 오명까지 얻었으며 당시 제기된 김 검사의수사방해 여부 등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당시 김 검사는 이 전 특검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진통은 특검수사 종료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측근비리 소환자 면면 = 검찰 수사 당시 조사실에 들어가며 결백을 역설하던주요 소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발언이 결백입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는지 특검 사무실 앞에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만큼 끝까지 `발언을 굽히지 않은'대통령 측근들은 눈길을 끌기 마련이었다. 특검에 소환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모 TV방송의 인기드라마 `대장금'을 예로 들며 "최 상궁 같은 한나라당의 모함으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한편 "도대체 누가 누구를 탄핵한다는 것이냐"며 야당주도의 대통령 탄핵 정국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감세청탁 대가로 수백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와 소환된안희정씨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문병욱 회장이 노 캠프에 있던 고교 후배 등 지인들에게 회식비를 줬을 수도 있지 않느냐. 더이상 쩨쩨하게 만들지 말라"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