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新투자 전략] 수요자 맞춤형 아파트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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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인근에 위치한 동양고속건설 본사.
이날 오후 7시부터 밝혀진 5층 회의실의 불빛은 다음날 새벽 1시께 꺼졌다.
홍보마케팅 관계자와 주택사업부 관계자 등이 모인 이날 긴급회의의 안건은 "향후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점검 및 대책마련"이었다.
서울2차 동시분양에서 전 가구가 미계약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는 등 본격화되고 있는 분양시장 침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논의한 자리였다.
아파트 계약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건설사들도 '차별화'를 통한 계약률 끌어올리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분양후 혹 있을지 모르는 미계약 물량을 소화할 대기청약자 관리에 신경을 써왔던 건설사들로선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사업 초기부터 계약 당일까지 분양관계자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게 요즘 건설사의 풍경이다.
◆ 양극화 심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동시분양에서 선보인 양천구 신월동 B아파트는 전체 가구가 미계약돼 업계는 아연 긴장하고 있다.
이번 2차동시분양 계약 결과 강남구와 강서구에 공급된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지들이 20%대의 계약률에 머물렀다.
약 7조원의 돈이 몰린 용산 '시티파크'의 청약 광풍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0% 계약률' 사태로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차 동시분양에서 강남권 미계약물량이 속출, '강남불패 신화'가 깨진지 3개월여 만의 일이다.
하지만 '될만한 곳'은 수요자들이 몰리며 청약불씨를 살려가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행정수도 이전 호재를 살리지 못해 미분양을 우려했던 충북 오창지구 동시분양은 수요자들이 몰리며 청약을 성공리에 끝냈다.
1천5백29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했던 한라건설도 청약률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 차별화가 핵심
건설사들의 차별화 싸움은 모델하우스 오픈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온갖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첫선 보이는 모델하우스는 그야말로 '격전장'이다.
최근 천안시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이수건설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톱가수 등을 초빙, 모델하우스에서 사인회를 갖는 행사로 하루에만 5천여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금강종합건설이 모델하우스를 와인파티장처럼 꾸미거나 대림산업 등 대형사도 모델하우스 오픈시점에 각종 이벤트를 강화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화 전쟁은 마케팅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된다.
가수요가 줄어든 만큼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시장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빚어낸 작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이전보다 갑절의 노력을 쏟고 있다.
올초 강남지역에서 분양된 한일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초기계약률이 80%를 넘어섰던게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동양고속건설 오재순 홍보팀장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전개되면서 브랜드 파워마저도 아파트 선택단계에선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문가 수준의 실수요자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여부에 따라 계약률이 판가름나고 있다"고 말했다.
◆ 눈높이를 맞춰라
건설사들은 까다로워진 수요자 입맛에 맞는 아파트 공급을 통해 시장침체의 돌파에 나서고 있다.
이달 중 주상복합아파트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4월부터 베란다 등 서비스 면적이 분양가 산정에 포함되는 점을 감안, 서비스 면적을 넉넉히 제공하도록 설계한 단지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한라건설은 그동안 공급자 위주의 가격산정방식을 접고 주요 타깃층들의 소득수준,직장 출퇴근 비용 등 수요자 입장에서 가격을 산정하는 '맞춤분양가'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서울 및 수도권 핵심업무지역에 탁아시설을 강화해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아파트를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시행사인 DK 김정모 사장은 "요즘 강남지역 수요자도 평당 2천만원이 넘는 아파트는 부담스러워한다"며 "단순히 가격부담이 아니라 과연 2천만원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