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닦는 것보다 고귀하고,고행을 하는 것보다 힘겹고,하늘을 나는 것보다 자유로운,특별한 과정이었습니다. 전 진정한 예술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경이로움과 설레임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박풍식(이성재)은 춤을 배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며 자칭 "예술가"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경찰은 그를 유부녀의 돈을 갈취한 "제비"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사교댄스(댄스스포츠)를 본격적으로 다룬 박정우 감독의 드라마 '바람의 전설'은 카바레 춤꾼의 이중적인 세계를 그린 영화다. 풍식은 유부녀들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금품 수수는 어디까지나 그녀들의 자발적인 행위이며 '행복의 보수'라고 주장한다. 이 영화에서 춤의 경계 안쪽에 있는 사람과 바깥쪽에 있는 사람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춤꾼들을 손가락질하던 풍식이 일단 춤에 입문한 뒤에는 스스로 최고의 춤꾼이 되기를 갈구한다. 그를 쫓는 여형사(박솔미)도 춤을 경험한 뒤 그가 예술가임을 확신한다. 풍식은 무도계의 황제이지만 가정에서는 아내와 자식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고 사회적으로는 철창 신세를 져야 하는 범법자다. 본인에게는 중요한 일이지만 타인들에게는 '미친 짓'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타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다채로운 춤이다. 파도 치는 수면 위를 거니는 듯한 왈츠,재즈음악에 맞춰 추는 격렬한 자이브,격정적인 애무를 연상시키는 룸바 등 10여가지 춤이 등장한다. 춤은 고수의 현란한 율동보다는 기본 스텝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특히 대역을 쓰지 않고 이성재가 수개월간 몸소 익힌 춤실력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코미디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 특사' 등의 각본가로 재능을 보여준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웃음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의 흐름이 간간이 끊어지는 게 흠이다. 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