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kim@dwe.co.kr 우리에겐 축구강국으로 잘 알려진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9백여년간 외국의 지배를 받아오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을 부를 때 '오-가'란 호칭을 사용하는데,이는 영어의 '마스터'보다 윗 개념의 극존칭이다. 오랜 세월 외국인이 지배계층으로 군림해 온 역사적 영향 때문인지 외국인은 윗사람으로 존경하고 어려워해야 할 사람이란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이 유독 한국사람들에 대해서는 '오-가'란 호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사람만은 이 '존경스런 외국인'의 범주에 넣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이 나라 최대도시이자 옛 수도인 라고스에는 1938년 영국사람들이 건설한 '이코이'골프장이 있다. 워낙 더워서 골프장 곳곳에 간단한 음료를 파는 그늘집이 있는데,외국인 플레이어들이 이 그늘집에서 잠시 쉴 동안 맨발의 원주민 남자 캐디들은 부동자세로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음료를 한잔 사주면 대단히 감사해 한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한국사람일 경우 정중한 자세는 커녕 먼저 달려가서 제일 비싼 음료를 마음대로 마시고는 그늘에 앉아 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음료수 대금은 한국인 플레이어들이 지불한다. 한마디로 한국사람들을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웬일인지 기본 룰을 어기는 것에 대해 관대하고 때로는 규칙에 대한 해석도 주관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랫동안 이코이골프장 캐디들이 봐왔던 외국인,특히 영국인과 한국인 골퍼들의 모습은 큰 차이가 있었을 거라고 상상이 된다. 알까기,볼터치,스코어 속이기 등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거나 규정 자체를 무시하는 경우도 허다했을 것이다. 먼 아프리카 땅에서 한국인들이 수모를 당하는 것은 바로 이런 요령주의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진국 사람들이 공공의 이익과 질서를 먼저 생각하고 객관적 룰을 철저히 지키는데 반해,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에 밝고 자기본위적이며 객관적 룰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누가 보지 않으면 룰을 어기고 남을 속여서라도 자기이익을 취하는 것을 '요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요령주의가 부끄러운 행위임을 깨닫지 못하는 한 이코이골프장의 캐디들로부터 '오-가'로 불리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