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는 과거에는 생산자재를 단순 구입한다는 의미였지만 요즘은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기업경쟁력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지요." 박명섭 한국구매조달학회 회장(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 원장)은 1일 "구매의 역할과 기능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에서도 CPO(Chief Purchasing Officer.구매담당임원)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오는 7일 출범하는 한국CPO포럼의 초대 공동 의장을 맡게 된다. CPO포럼은 50여개 대기업 및 공기업의 구매담당 임원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선진 구매기법을 연구하고 회원사들 가운데 우수 사례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구매 역할의 변화에 따라 시장 경쟁 구도도 과거 '기업 대 기업'에서 '기업과 협력업체 대 기업과 협력업체'로 변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CPO의 능력이 해당 대기업은 물론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계에선 과거엔 도요타와 GM이 경쟁했다면 이젠 도요타와 도요타의 수천개 협력업체와 GM과 GM의 수천개 협력업체가 총체적으로 경쟁하는 형국이지요." 박 회장은 "CPO의 능력은 가장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협력업체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나이키가 자체 공장 없이 마케팅 제품기획 글로벌소싱에만 주력하고 델은 부품 조달은 물론 조립까지 1백% 아웃소싱하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요." 박 회장은 CPO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일로 '갑을(甲乙)관계' 청산과 구매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꼽았다. "구매는 '부정의 온상'이라는 일각의 인식을 한시바삐 씻어내야 해요.구매과정에서의 부정은 결국 부메랑이 돼서 기업경쟁력을 갉아먹게 됩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