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스튜'로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권지예씨가 첫 장편 '아름다운 지옥'(문학사상사)을 출간했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소설로 '낭만과 촌스러움'이 공존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여성으로 자라면서 겪는 혼란과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다. 기와집 바깥채에 술집 논산옥이 세드는 바람에 어릴 때부터 여자들의 유혹과 남자들의 욕망에 익숙해진 주인공 혜진은 자신에게는 절대로 사랑이 깃들 수 없을 것이라며 절망한다. 헐렁한 팬티와 누리끼리한 엄마 속치마를 물려받아 입은 채 바깥채에서 들려오는 '뽕짝소리'를 들으며 자란 소녀는 이광수의 '사랑'에서 그려지는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선데이 서울'이 보여주는 원색적인 자극에 더 익숙해진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혜진에게도 운명처럼 사랑이 찾아온다. 젊은이들을 옥죄던 70년대 유신체제의 모습은 이 소설 속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비록 주인공은 정치운동에서 한 걸음 비켜선 곳에 있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이 소설 속에서의 현실 묘사는 더욱 힘을 얻는다. 작가는 70년대를 복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메모해 두었던 개인 자료와 각종 영상자료 등을 활용했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 중이던 1992년 봄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당시 프랑스 생활이 너무 막막하고 무료하게 느껴졌고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도 컸습니다. 사춘기에 겪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는데 10년이 지난 이제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