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백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매달 각종 수출 기록이 경신되고 있지만 '중국 편향' 현상이 지나치게 심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 연착륙을 시도하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 수출 28%가 중국행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는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연간 대(對)중국 수출액은 3백51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증가율이 47.8%에 달했다.


월별 수출 증가율도 40∼50%대를 넘나들었다.


작년 7월에는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2%까지 오르며 미국(16.2%)을 제치고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올들어 3월까지 중국 시장 수출 비중은 18.5%로 작년(18.1%)보다 0.4%포인트 더 높아졌다.


홍콩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5.7%(4백97억달러)였고, 올들어 3월 말까지는 27.5%로 더욱 높아졌다.


박봉규 산자부 무역정책실장은 "설비투자 증가 등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수출상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30%를 넘는 등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으로의 중간재 수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이 의존도 더 높다


중국 시장 급성장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중국 관련 매출은 연간 30∼40%씩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출이나 현지법인 판매를 통해 올해 중국에서만 1백64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64%나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매출(연결 기준)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도 지난해 22%에서 30%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도체 휴대폰 등의 매출이 당초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2백억달러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삼성전자는 본사의 매출목표 45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거두는 셈이다.


LG전자도 사상 처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백억달러 매출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는 지난해보다 43%가량 늘어난 수준이며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30%를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뉴아반떼XD를 현지 생산 차종에 추가하면서 29억달러, 현대모비스는 7억8천만달러의 매출을 각각 올려 지난해보다 두배가 넘는 신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 '위기'인가 '기회'인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중국 효과'에 지나치게 편승하는데 따른 리스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 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경기 조절에 나설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출 문호는 좁아지는 대신 되레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는 내년을 정점으로 대중국 무역흑자가 점차 감소해 오는 2012년에는 무역수지가 50억달러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경기 조절에 나설 경우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이어져 '중국 효과'가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분업체계 구축을 통한 국내 산업구조 재편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일훈ㆍ이정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