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은 예부터 '손 없는 달' 또는 '무탈한 달'이라 해서 평소에 할 수 없는 궂은 일을 하는 관습이 있다. 하늘과 땅의 신이 인간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아 부정을 타거나 액이 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집 안에 못을 하나 박을 때도 방위를 보았는데 윤달엔 송장을 거꾸로 달아도 탈이 없다고 여겼다.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윤달에 하는 각지의 풍속들이 자세히 적혀 있다. "수의를 만드는 데 좋고 혼인하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 장안의 여인들은 광주(廣州) 봉은사를 찾아 불공을 드리며 복을 구하고 노인들은 극락세계에 간다 해서 다투어 절을 찾는다. 고창 모양산성에서는 여인들이 극락장생을 기원하며 머리 위에 돌을 이고 성밟기를 한다." 이러한 관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윤달이 되면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을 하고 맘놓고 이사를 하곤 한다. 특히 올해는 청명(4일) 한식(5일)이 연휴로 이어지면서 '윤달 특수'가 한창이라고 한다. 장묘업체들은 급증하는 화장 요청을 소화하지 못해 해당 거주지역 유골만 화장토록 하는 '거주지 제한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백화점업계는 가구 등 생활 관련 용품들을 할인 판매하는 '윤달 이사 기획전'을 열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수의(壽衣)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늘면서 값싼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돼 고가에 팔려 나가자 보건복지부가 장례용품 판매점에 대한 지도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동양의 농경사회에서 일반화된 윤달은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인데 달의 주기가 29.53일이어서 일년이 3백54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두어 태양력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윤달이 드는 달은 일정치 않다. 24절기를 감안해 윤달을 정하는데 올해는 윤 2월이다. 우리의 풍속에서 보듯,윤달은 조상을 기리고 부모에 대한 효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달이다. 이런 의미가 왜곡된 채 혼인을 기피한다거나 일부 상혼에 현혹돼 수백만,수천만원짜리 수의를 장만하고 고급 석물을 세우는 일 등은 자제했으면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