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국보를 해외 박물관에 빌려줬다가 도둑맞았다면 한국인들의 기분이 어떨까. 지금 루마니아 사람들이 그런 분노를 느끼고 있다. 네덜란드 박물관에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유물들을 빌려줬는데 박물관이 털렸기 때문이다.31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새벽 3시 45분께 네덜란드 북동부 아센에 있는 드렌츠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루마니아의 국보급 유물 네 점이 도난당했다. 세 명의 괴한이 폭발물로 잠긴 문을 폭파한 뒤 유물을 훔쳐 달아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이번에 도난당한 유물은 루마니아 역사 박물관의 해외 순회전 ‘다키아 - 금과 은의 제국’에 포함된 작품들로, 지난해 7월부터 드렌츠 박물관에 나와 있었다.기원전 450년께 제작된 ‘코토페네스티의 황금 투구’(황금 투구)를 비롯해 기원전 50년 만들어진 금팔찌 등 유물 총 네 점이 행방불명됐다. 이 중 황금 투구는 루마니아의 민족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중요 유물로 꼽힌다. 정교한 기술로 제작된 무게 770g의 이 투구는 로마 제국에 맞서 싸웠던 루마니아인의 조상(다키아인)들이 만들었다. 다키아인의 독자적인 문화와 신화 등 정신 세계, 당시 기술력 등이 드러나 있어 루마니아 역사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루마니아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유물 도난 사건에 대해 “루마니아인들이 큰 정서적·상징적 타격을 입었다”는 성명을 냈다. 루마니아 국립 역사 박물관의 관장은 해고당했다. AP통신은 “루마니아 당국은 네덜란드 박물관이 보안에 제대로 신경쓸 것이라고 믿었다가 낭패를 당했다”고 전했다.
열세 살 소년의 얼굴은 비장했다. 태양신인 아폴론으로 분장하고 무대에 올라 자기 자신을 우주의 중심인 태양으로 바라보도록 만든 왕. 어린 왕은 말 대신 발레로 강력하게 왕권신수설을 표출한 것이다. <밤의 발레Ballet de la Nuit>(1653)에 직접 출연한 프랑스 왕, 루이 14세(1638~1715)의 일화다. 그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발레리노다. 그렇다면 발레사에 우리나라 발레리노는 언제쯤 등장했을까. 우리나라 발레 역사에서 그 시작점이 된 사람이자 대부로 불리는 이는 임성남(1929~2002)이다. 그는 1962년 국립무용단 단장으로, 이후 1972년 여기서 분리되어 나온 국립발레단의 초대 단장으로 30년간 무용계를 이끈 인물이다. 이 발레리노의 신화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1호 발레리노는 임성남1946년 3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발레 역사의 첫출발이라고 할 공연이 국제극장 무대에 올라갔다. 신춘 무용 발표회였다. 이 공연이 중요한 건 공연을 주도한 인물 3명이 한국 발레의 1세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주축이 된 인물은 한동인(1922~?), 정지수(?~?), 진수방(1921~1995). 이들을 주축으로 그해 10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발레단
“무대 위 카리스마와 섬세함을 지닌 발레리노” “최고의 파트너” 전민철과 2인무를 춰본 굴지의 발레리나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학생이던 전민철은 지난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다. 그리고 프로 무용수들과 여러 공연을 선보이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전민철의 ‘시절 짝꿍들’이 있다.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발레리나 김지영(47·현 경희대학교 무용학과 교수)은 지난해 여름 전민철과 ‘산책’을 공연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이유림(28)은 같은 해 가을 <라 바야데르>로 전민철과 3시간가량 무대에 섰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조건이나 기량은 누구라도 알기 쉽다. 그런데 문득 한 계절을 연습실에서 보내며 함께 무대를 준비한 이들의 속마음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들에게 ‘함께 춤춘 전민철’에 대해 물었다. 김지영과 이유림의 답변은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 꽃눈을 대하듯 기대감과 애정이 넘쳤다. 김지영과 전민철은 지난해 장마철에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26세. 김지영이 프로 무대에 데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