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가 콘돔이 된다면… .. '국제 비즈니스, 문화가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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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FTA(자유무역협정)다 뭐다 해서 세계화를 목청 높이 외쳐왔다.
그 결과 전세계 사람들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됐다.
일본에서의 코카콜라 매출액이 미국을 앞서고 마이애미 사람들의 60%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다.
1백대 다국적 기업은 2조달러나 되는 해외 자산을 보유했으며 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 전체 인구의 9%를 넘어섰다는 2000년 통계도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불행히도 '내 눈,내 주관'으로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국제 비즈니스를 문화라는 필터를 통해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제 비즈니스,문화가 좌우한다'(게리 페리오 지음,곽무섭 옮김,창해,1만2천8백원)는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연구해왔던 이론과 기법을 국제 비즈니스에 응용한 결과물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뤄져야 효과적인가.
저자는 각기 다른 문화간의 가치,인식차를 극복하는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국 재규어사는 사내에 독일어 교육센터를 설치한 이후 서독에서의 매출액이 60%나 신장됐다''영국인 여성 바이어가 미국 비즈니스 맨에게 무심코 '지우개(rubber·미국 구어로'콘돔')가 필요하다'라거나 '자기 집에 들러 달라(Knock her up·임신시키다)'라고 했을 때 미국인의 얼굴을 상상해 보라.'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행동의 서로 다른 의미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는 사례들을 제시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인들은 주로 날씨나 스포츠 같은 것을 소재로 한담한다.
종교나 정치문제는 의도적으로 피하는데 독일인이나 이란인들은 이와 정반대다.
일본인이나 독일인에게 2차대전을 화제로 삼아서는 안되며 멕시코인을 상대로 불법 이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된다.'
이 책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싱가포르 일본과의 FTA 체결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수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난달 2백1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 우리의 국가적 전략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읽을 수 있는 '이(異)문화 시나리오'는 이 책의 조미료다.
저자의 긴 호흡은 6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공적 협상전략술',7장 '문화충격 해소 지침'에서 절정을 이루고 8장 '글로벌 매니저 육성방법'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이 책은 비즈니스 맨들에게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변화하고 있는 세계를 인식하게 해주고 '문화적 변수가 국제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