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처지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굴복할 것인가,도전해서 극복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경로와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도서출판 따뜻한손에서 동시에 출간된 '세상에 나를 이기는 역경은 없다'와 '세상에 그저 사라지는 것은 없다'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 뉴욕에서 정상의 기업을 일궈낸 두 CEO(최고경영자)의 삶을 통해 왜 운명에 능동적으로 도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 나를∼'는 미국의 수백개 신문이 주말판과 함께 배포하는 최대의 정기간행물 '퍼레이드'의 회장 겸 CEO 월터 앤더슨의 자서전.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상습 구타를 피해 열일곱살 나이에 해병으로 입대하고 제대 후에는 참전 경력이 사회생활의 걸림돌이 되는 등 그의 성장기는 파란과 곡절 투성이다. 이런 와중에도 그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은 책이다. 글쓰기에도 열을 올렸다. 결국 그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심하고 기자가 되기로 한다. 고교 중퇴 학력으로 지난 67년 뉴욕의 지역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10년만인 77년 32세의 나이에 '퍼레이드'의 수석부장으로 발탁돼 편집인,회장 겸 CEO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내 생애의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늘 나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을 위해 투쟁할 때였다"면서 "운명이란 우리가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 강력한 의지의 선택이며 그 선택은 우리 몫"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세상에 그저∼'의 저자 피터 바튼은 짧은 삶이지만 압축적으로, 다양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유년기를 유복하게 보내다 졸지에 소년 가장이 된 그는 '2백% 압축성장'을 인생의 지표로 삼았다. 단명하는 집안인 만큼 남들만큼 삶을 누리려면 같은 시기에 최소한 두 배 정도의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2002년 51세로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은 다채롭다. 히피문화에 젖고 반전데모에 참가했으며 로키산맥에서 스키점프를 즐겼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연봉이 많은 기업을 마다하고 TCI라는 작은 케이블TV 회사에 들어가 도전정신을 키웠다. 여기서 나흘에 하나꼴로 회사를 인수하며 일에 몰두했던 그는 지난 86년에는 CVN이라는 최초의 홈쇼핑 채널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또 91년에는 리버티미디어를 창립하며 자산을 눈덩이처럼 불려나갔다. 그는 "독창성과 열정이 믿음직하면 우리는 서슴없이 자본을 대주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급성장의 비결을 설명한다. 야후 AOL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대규모 전자상거래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그는 98년 위암 선고를 받고 일선에서 물러난다. 스스로의 단명을 받아들인 그는 "병은 내 몸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룸메이트"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긍정하며 행복한 삶,행복한 죽음을 실현해 보였다. 현중 옮김,각권 1만2천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