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어려서 자신을 찾아와 놀던 아이를 위해 열매와 가지 줄기를 모두 내주고 마침내 몸체가 잘려나간 밑동까지 쉼터로 내주는 사과나무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내용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무의 역할은 실로 크다. 나무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중국 베이징이 초현대식 건물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건 가로수를 비롯한 거리 조경의 부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뿐이랴.나무는 홍수와 가뭄을 막고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막는다. 숲 1㏊는 연간 16t의 탄산가스를 흡수한다고 하거니와 국내 최고의 찜통도시라던 대구의 경우 녹지를 대폭 늘린 결과 94년 섭씨 33도에 이르던 6∼8월 하루 최고기온 평균이 최근 30도 이하로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한 사람이 평생 배출한 온실가스를 없애자면 6백여그루는 심어야 한다는 가운데 식목일을 앞두고 곳곳에서 나무심기 행사가 펼쳐진다. 서울시는 5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 밀레니엄공원과 뚝섬 일대,인천시는 인천대공원 시민의 숲,광주시는 영산ㆍ황룡강과 광주천 둑에 심는다고 한다. 예전의 기념식수는 주로 정부와 기관의 전시용 행사였으나 지금은 결혼 아기탄생 생일 등을 기려 하는 수도 많다. 유한킴벌리의 신혼부부 나무심기도 그중 하나다. 선인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나 잣나무를 심었다가 오동나무론 시집보낼 때 장롱을 만들고 소나무 잣나무론 관을 짰다. 그렇게 잘라 사용할 수 없어서일까. 숲이나 공원에 심는 나무는 요란스레 행사를 마치곤 돌아보지 않는 수가 허다한 듯하다. 몇해 전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언덕에 듬성듬성 서있는 작은 나무들 앞에 '??경찰청장 ???''??군수 ???'이라고 쓰인 커다란 대리석 명패가 놓인 걸 보고 씁쓸했던 일이 있다. 중요한 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지 기념행사 자체가 아닌 만큼 어디에 심든 수종을 잘 고르고 꾸준히 지켜보면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을 해주고 필요없으면 없애주는 등 정성을 기울여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