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련한 정책과 별 차이가 없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 17대 총선 공약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상대방 공약에 대해선 실현성이 없다고 비난하고,자기 당 정책은 비교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신용불량자 대책과 국민연금 개선책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 윤건영 민생경제특위 부위원장은 2일 "원금의 극히 일부분만 갚으면 배드뱅크를 통해 신용불량을 풀어주는 정부 여당의 정책은 대표적인 총선용 선심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뒤 "특히 금융사의 경영활동이 장기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두 정책위 의장도 "배드뱅크 방식으로 신용불량 문제를 해결할 경우 자칫 배드뱅크가 제2의 '공적자금 투입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신용불량극복 국민기금' 조성을 공약으로 내건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정세균 정책위 의장은 "국민들로부터 마치 세금처럼 기금을 걷어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는 발상은 '시장원리'를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제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현실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금을 신용관리교육 등 인프라 구축이 아닌 직접 보전 형태의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발표한 '1인 1연금제'를 도마에 올렸다. 열린우리당 윤대희 수석전문위원은 "한나라당 공약대로 할 경우 현재 소득의 22% 수준인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을 40%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도 "현재 시행 중인 국민연금제를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하며,한나라당의 주장은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청년실업 대책에 대해선 '베끼기'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부의장은 "공공부문이 앞장서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각종 연수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공약은 한나라당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던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측이 우리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측은 "자체적으로 수개월 동안 준비해온 대책"이라고 맞받아쳤다. 열린우리당측은 또 이날 발표된 민주당 공약에 대해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준비했던 대선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깎아내렸다. 홍영식·박해영·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