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대책에도 부자들 부동산 선호] 매매는 자제…개발투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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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삼성증권빌딩 3층 프리미엄 센터.이곳은 삼성증권 VIP고객들을 위해 올해 신설된 부동산 및 세무관련 서비스 센터다.
이곳에서 PB(프라이빗 뱅커)로 활약하고 있는 손모 과장은 이날 50억원대의 금융자산예치 고객인 안모씨와 새로운 투자처 물색을 위해 상담 중이었다.
그동안 땅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안씨가 최근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는 부동산 투자개발상품이다.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안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10-20가구 규모의 고급빌라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에 나설 생각이다.
이처럼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에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맡기고 있는 소위 '큰손(VIP)'들의 투자패턴이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아파트 상가 토지를 매입해 일정기간 보유하다 목표수익을 남기고 처분하던 고전적 투자패턴을 벗어나 직접 개발사업에 진출하는 등 보다 '진화'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 VIP 고객룸에서 근무하는 PB들에게 쏟아지는 질문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올해부터 '1가구 3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및 포괄상속세 부과 등 주변 여건이 '부자'들의 투자와 보유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손들은 정부의 규제책에 몸을 움츠르기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상황이 악화될수록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는 게 일선 PB들의 전언이다.
◆개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투자 늘어
큰손들은 최근 들어 리스크를 어느 정도 떠안으면서도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삼성증권 아너스클럽 손종성 세무컨설턴터는 "요즘 들어 강남 요지의 빌라사업에 돈을 투자하겠다는 큰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허가를 책임질 적당한 시행사를 물색해 큰손이 직접 자금을 대는 '개인 프로젝트 파이낸싱'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 대치동에 살고 있는 강모씨(55)는 이미 3건의 오피스텔 빌딩사업에 1백억원의 돈을 투자해 2년새 1백억원을 벌었다.
강남 요지의 땅을 사들인 뒤 인·허가와 분양 등을 시행사에 맡기고 이익의 전부를 자신이 챙기는 시스템이다.
큰손들의 공동투자도 늘고 있다.
성북구 평창동에 사는 안모씨(58)는 친구들과 공동투자 형식으로 강남 청담동에서 빌라사업을 벌여 두배의 수익을 올렸다.
5명이 각각 10억씩을 투자,고급 대형 빌라 2개동 10채를 지어 1백억원에 분양했다.
토지 매입부터 분양까지 6개월 만에 1백%의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세금 문의도 늘어나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1가구 3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양도세 강화에 관해 문의하는 큰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증여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을 통한 증여에 관심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이성곤 팀장은 "빌딩을 적법하게 증여한 뒤 그 빌딩을 담보로 리모델링을 하면 3~4배의 부동산 증여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10억원짜리 빌딩을 자식에게 증여한 뒤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아 리모델링을 하면 증여받은 빌딩이 30억원 가치의 물건으로 탈바꿈한다.
결국 10억원 증여에 대한 세금을 내고 실제로는 30억원의 증여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m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