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산망이 멈춰 서면서 약 5시간 동안 한은과 금융기관 간 전산결제가 완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수기(手記)로 금융 관련 기록을 적어 넣고 그 내용을 팩스로 주고받아야 했다. 한국은행에서 이런 대형 전산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한은과 은행 증권 투신 보험 등 각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전산망 가동이 중단됐다. 이 사고로 시스템이 다시 복구된 오후 8시까지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 및 대금결제,채권명의 개서 등의 작업이 전산망이 아닌 팩시밀리 송·수신 등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특히 은행들은 1억원이 넘는 자금의 경우 한국은행에 개설한 지급준비금 당좌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거액의 은행간 전산거래는 완전 마비됐다. 증권예탁원도 이날 오후 한은 전산망에 문제가 발생하자 모든 결제대금과 채권 원리금 등의 기록을 수기로 옮겨 적어 오후 5시께 한국은행에 보냈다. 한국은행은 "사고를 낸 전산망은 지난 94년 12월부터 가동된 구형 시스템으로 중단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