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청기와감자탕 우장산점 배천관 사장(39). 서울 잠실에서 피자점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불황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 '역발상사업가'다. 외환위기 직전 6년간 다니던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장사를 시작한 그는 두 번의 불황을 겪으면서 매장을 늘리는 것은 물론 새 사업 밑천까지 마련했다. "불경기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권리금이 떨어져 있을 때 점포를 잡아 장사를 안정 궤도에 올려 놓으면 나중에 경기가 상승할 때 매출과 권리금이 동시에 뜨기 때문에 대박을 낼 수 있는 겁니다." 그는 97년 6월 서울 잠실 4단지 상가에 10평짜리 피자점을 열었다. 그러나 바로 외환위기로 환율이 크게 올라 원료 구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수입에 의존하던 피자재료도 값이 2배로 뛰었다. 주위의 30여개 가게들은 모두 값을 30% 정도 올려 1만2천9백원을 받았다. "남들처럼 값을 올려 봤더니 금방 가격저항이 오더군요.소비자는 냉정하다는 걸 실감했지요.그래서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해 상권을 장악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배 사장은 9천9백원인 피자 한판 값을 그대로 두고 오히려 치즈를 더 많이 넣었다. 효과는 금방 있어 주말에는 주문서가 밀려 배달이 어려울 정도였다. 마진은 적었지만 매출이 올라 수입은 IMF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2년쯤 지난 99년엔 가게를 15평으로 늘릴 수 있었다. 경쟁점포 3분의 2가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주인이 바뀔 때 그만 홀로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박리다매 전략' 덕분이었다. 피자가게에서 성공한 배 사장은 2002년 12월 화곡동에 감자탕 집을 열었다. 두 번째 도약은 감자탕에서 찾아왔다. "지난해 여름 매출이 30% 정도 떨어지더군요.그래서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점심특선 메뉴를 연구해 선보였습니다." 이때 나온 게 '양푼 비빔밥'. 양이 푸짐한 게 특징인 이 메뉴는 점심때만 3천5백원에 내놓았다. 낙지 비빔밥도 함께 개발,처음 보름간 2천원에 팔았다. 소문이 나자 직장손님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왔다. 양푼 비빔밥은 매출이 바닥을 찍고 치솟아 오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양푼비빔밥을 선보이면서 평소 5천원하는 해장국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2천원에 파는 효도행사도 열었다. 헌혈증을 가진 손님들에게는 해장국을 무료 제공했다. 반응은 컸다. 그때 가게에 들렀던 노인들의 가족은 모두 단골고객이 돼버렸다. 박리다매가 손님을 끌어 모았다면 자선행사는 손님 가족의 발길을 가게로 이끌어 주었던 것이다. 배 사장은 박리다매를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값싼 재료를 쓰지 않는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깻잎 버섯류 무 등은 박스당 가격이 2천∼3천원 더 비싼 상급품을 사용한다. 그래봤자 전골 그릇 하나당 원가가 2백∼3백원 더 먹히는 데 불과하다. 그러나 그 효과는 10배 이상으로 돌아온다는 게 배 사장의 경험칙. 배 사장은 지식의 힘을 믿는다. '몸으로 때우는 장사'는 구시대의 유물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경영이나 장사에 관한 책은 무엇이든 사서 읽고,좋은 경영기법은 바로 적용해 본다. 음식점 재벌로 불리는 배대열 사장(2003년 7월9일 본지 1면에 소개)과 가끔 통화하는 것도 음식사업의 달인으로부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저 나름대로 구사한 불황 효도 마케팅은 모두 경영서적이나 사업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지요.장사도 이젠 머리로 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배 사장은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다시 새 아이템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